미국의 전문가들도 미 정부의 철강수입관세 부과 조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6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자국 철강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오는 20일부터 향후 3년간 품목별로 8-30%의 관세를 물리기로 했으나 이런 조치는 역으로 제조업체와 소비자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됐다. 예컨대 땅을 고르는 그레이더에서 밀가루, 우유, 달걀 등을 반죽하는 가정용품까지 철강을 사용한 완제품 가격이 수입관세 부과로 상승할 경우 미국 철강업계가 고용한 인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 산업부문에서 대량 실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철강수입 긴급제한 조치 성명에서 관세부과가 미국 경제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행정부 관리들은 이번 조치로 10% 가량 철강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철강가격 상승분의 일정액이 자동차, 가정용품, 다른 내구재의 가격인상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으로 우려했다. 제조업체모임인 소비산업무역행동연합(CITAC)의 존 젠슨 회장은 "세계를 자유무역으로 이끈다고 공언한 부시 대통령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자신의 원칙에서 이탈했다"며 "수입철강 관세 및 쿼터 부과는 미국의 제조상품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LA 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의 관세부과 결정에 정치적 이해득실이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결정이 대통령에 대한 무역촉진 권한 부여안 등 의회에 계류중인 무역법안 처리와 펜실베이니아.오하이오 등 철강 주산지의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철강 주산지들은 지난번 대선에서 정당지지가 확실치 않은 '경합주(州)'로 분류돼 바 있으며 올 11월 중간선거에서도 승패를 좌우할 '최대 격전지'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 신문은 관세부과가 철강 소비자들의 분노를 사고 자유무역 옹호자들 한테서 외면을 당하며 철강수출국들의 보복조치를 촉발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또 행정부 관리들은 철강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정치적 배려가 미국 경제가 왕성하게 회복하면 줄어들고 각종 손실을 능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모험을 하고 있으나 그런 계산은 가격이 치솟고 철강제품을 소비하는 하류 산업 부문의 실업이 증가하고 수출국들이 무역전쟁을 개시하면 실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립적인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일률적으로 20% 관세가 부과되면 수입 철강 값은 평균 6.6%, 국산철강 값은 2.6% 오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업계 전문 가들은 외국생산업체들이 수입관세의 상당한 부분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 생산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올릴 경우 국내 시장점유율마저 상실할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우려했다. IIE는 평균 철강가격이 5% 내외 인상되면 약 3천500개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으나 소비자들에게는 20억 달러의 손실을 안겨줄 것이라며 관세부세 효과는 가격이 인상될 때 생산이 주는 경향이 있는 승용차, 트럭, 농업장비, 공장기계, 가정용품, 가구 등의 하류 제조업의 실업 증가로 상쇄될 수 있다고 밝혔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로버트 크랜달 연구원은 "부시 대통령의 계획은 자동차 같은 철강 사용 제품의 경비 증가로 인한 수요감소를 유발해 경제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메릴랜드대의 피터 모리치 교수(국제비즈니스학)는 외국정부들의 전세계 철강생산에 대한 광범위한 개입으로 수요와 공급의 요인들이 왜곡돼 미국 업체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면서 "철강시장에선 경제학 원리가 작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벤 굿리치 IIE 연구원은 한 부문의 손실은 다른 부문의 이득으로 대개 상쇄되기 때문에 수입 관세가 미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효과는 비교적 작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번 조치가 경기침체 탈출 노력 와중에서는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지만 침체 극복을 저해할 것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LA 타임스는 미국 철강업계와 철강주산지 출신 의원들이 부시 대통령의 30%이하 관세부과가 충분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처드 더빈 상원의원(민주.일리노이)은 "대통령이 40피트 물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미국 철강산업에 30피트 로프를 던져줬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coowon@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