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입맛이 다르지만 대체로 맛있는 고기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우선 고기질이 좋아야 한다. 냉동을 안거친 생고기여야 하고 지방이 적당히 있어야 한다. 선홍색 살 사이로 하얀색 지방이 그물처럼 퍼져있으면 최상품이다. 그런 상태를 우리 나라에서는 꽃이 잘 피었다고 표현하고 서양인들은 대리석 무늬에 빗대 마블링이라 한다. 일본인들은 서리 내린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서양에서는 마블링이 잘 된 고기보다 기름이 없는 살코기를 좋아한다. 두번째로는 고기를 직접 구어야(직화.直火) 제맛을 느낄수 있다. 센불에 직접 구우면 육즙을 최대한 가둬서 맛이 난다. 잘 달궈진 철판이라면 직화 못지 않은 효과를 내지만 제대로 구워야 좋은 맛을 낼수 있다. 직화라도 가스불이나 석유곤로에 굽는다면 제대로 된 맛을 내기 어렵다. 역시 좋은 고기맛을 보려면 참숯에 굽는게 최고다. 참숯 대신 연탄불이나 합성숯을 써도 큰 차이는 없다. 고기에서 떨어진 기름이 타면서 숯 특유의 향기와 어울려 고기에 배면 특이한 맛을 낸다. 질좋은 고기를 직집 구워서 먹는다면 당연히 맛있겠지만 가격이 비싼게 흠이다. 꽃등심 1인분에 3만원이 넘는 식당도 있다. 싸지만 맛있는 고깃집들을 소개한다. 마포숯불갈비(도산대로.02-516-1522)=강남에 흔히 있는 24시간 영업 고깃집이다. 고기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도산대로에서 차근차근 단골을 늘려가고 있다. 1만8천원을 받는 꽃등심은 그렇게 뛰어나다고 볼수 없지만 품질이 균일하고 분량이 야박하지 않다. 비싸게 받으면서도 얼굴 봐가며 고기 차별을 하는 식당이 있지만 이 집에서는 그런 경우는 없다. 식사로는 함흥냉면이 거의 오장동 수준이고 심야나 새벽에는 된장찌개를 곁들인 누룽지가 있어 인기다. 양수가든(일산 정발산뒤 저동초등학교앞.031-901-3367)=방송인들이 많이 사는 일산에서 맛을 인정받은 곳이다. 이 집의 특징은 소금구이. 고기위에 굵은 소금을 뿌려서 참숯에 직접 굽는다. 고기가 가장 맛있게 구워졌을 즈음의 온도는 고기가 타기 시작하는 온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조금만 한눈을 팔면 고기가 타버린다. 소금을 뿌려서 구우면 밑간이 되어 맛을 돋워주는 기능 외에도 연소점을 조금이라도 높여주기 때문에 익자마자 타는 경우가 줄어든다. 수준급 고기가 1인분에 1만6천원. 강남의 웬만한 음식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 집은 고기도 고기지만 청국장찌개 맛이 그만이다. 청국장맛에 매료돼 계속 찾는 단골손님들이 많다. 두부와 무를 큼지막하게 썰어 넣고 양동이 가득 끓여 뚝배기에 조금씩 담아내는데 고깃덩이를 아낌없이 쓰기 때문에 국물이 입에 붙는다. 화성(마포경찰서 건너편.02-363-6087)=가정집을 개조한 아늑한 분위기의 식당이다. 마포에 옛 신민당 당사가 있었던 80년대부터 정치인들이 즐겨 드나들던 이름난 맛집이다. 정치무대가 여의도로 옮겨진 지금도 정치인들이 잊지 못해 찾아올 만큼 이 집 등심은 불가사의한 마력이 있다. 고기질은 별로 좋다고 볼수 없다. 꽃이 잘 핀 그런 등심이 아니고 기름기가 거의 없는 고기를 쓰는데 냉동까지 했다. 꽁꽁 얼은 등심을 숯불 위에 바로 올려서 굽는데 그맛이 기막히다. 숯에 특별한 비밀이 있는 것도 아니다. 평범한 중국산 숯이다. 아마도 고기맛의 비결은 숙성에 있는 것 같다. 이집은 좋은 고기를 들여다가 냉동실에서 숙성을 시킨후 사용하고 있다. 1인분에 1만8천원. 냉면은 다소 달착지근하다. /최진섭 음식평론가.MBC PD (choijs@m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