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아이즈 와이드 셧'을 유작으로 남긴 거장 스탠리 큐브릭과 현존하는 최강의 영화권력자 스티븐 스필버그의 만남 자체만으로도 지난해 가장 큰 관심을 불러 모았던 영화다. 큐브릭의 '냉소'와 스필버그의 따스한 '감성'이 조우하는 'A.I'의 탄생은 약 20년 전인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작가 브라이언 앨디스의 단편소설 'Supertoys Last All Summer Long'을 읽고 단숨에 매료된 큐브릭은 그에게 시나리오 집필을 부탁하게 되고 앨디스에게서 쓰여진 초고 시나리오는 SF 작가 이안 왓슨과 동화작가인 사라 메이트렌드의 손을 거쳐 그 틀을 잡아 나갔다. 1994년 큐브릭은 동화적 요소가 풍부한 'A.I'의 영화적 감성이 자신보다는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어울릴 것이라 생각하고 자신이 제작을 할테니 스필버그에게 연출을 맡아 달라고 제안한다. 결국 큐브릭의 타계 후 그의 처남이자 오랜 영화 동료인 얀 할름은 스필버그에게 'A.I'의 연출을 부탁하게 되고 당시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사전제작 과정을 진행 중이던 스필버그는 다른 모든 스케줄을 접어둔 채 큐브릭 미완의 작품 'A.I'를 감독하게 된다. 영화 자체도 큐브릭의 색깔과 스필버그 만의 감수성이 적절히 조화돼 있어 두 감독의 팬들 모두 만족할 만하다. 앞서가는 큐브릭의 상상력을 기술이 따라주지 못하던 과거와는 달리 ILM의 최신 기술로 이룩해낸 압도적인 시각효과는 특히 볼 만하다. '식스센스'로 인기를 얻은 천재 아역배우 할리 조엘 오스먼트의 연기 또한 아카데미상 후보감이다. 워너 브라더스를 통하여 2장의 디스크로 발매된 'A.I'의 DVD는 6.1채널의 돌비디지털 사운드와 제작부문별로 자세하게 소개하는 약 2시간 분량의 부가영상물 등이 수록되어 영화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영화 속 루즈시티의 화려한 네온사인과 닥터 노의 상담실 장면에서는 풍부한 색감이 인상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연기, 촬영, 프로덕션 디자인, 특수효과 등 다양한 방면에 걸친 자세한 제작과정 소개와 제작진, 배우들의 인터뷰 자료는 영화 감상의 재미를 한껏 높여주고 있다. 백준오 (dvdprime.com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