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대덕기술원 뒤편에 자리잡은 발효 공장. 지난 89년 건설된 이 공장의 5백ℓ 규모 발효조에는 단백질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효모와 대장균이 자라고 있다. 이 공장 바로 옆에는 소형 플랜트가 들어서 있다. 로슈 화이자 등 세계적 제약사가 임상시험중인 신약 후보물질의 뼈대나 부품이 되는 핵심 물질을 생산하는 곳이다. SK가 이들 설비를 활용,포스트게놈을 지향하는 기초 작업에 온 힘을 쏟고 있다. SK는 국내 최대 석유화학회사. 따라서 대덕기술원도 석유 정제나 유화제품 생산을 위한 기술 개발의 전진기지로 이해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SK가 1980년대 섬유 정유 유화에 걸친 수직계열화를 선언한 것처럼 바이오 분야에서도 정밀화학 생물정보학 프로테오믹스 등을 연결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SK는 올해 바이오 및 신약 개발에 4백2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이 가운데 1백50억원은 단백질 의약품 개발을 위한 연구에 쓰인다. GOM프로젝트는 한국 중국 등에서 뛰어난 약효를 발휘하는 생약 물질들로 라이브러리를 작성해 그 물질들이 조직이나 세포,유전자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기 위한 과제다. 이를 통해 생약을 바탕으로 치료에 유익한 단백질 의약품 또는 화학 신물질을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타깃은 폐암과 뇌졸중 치료제 개발. 이 회사는 중국 생약자원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상하이에 연구소도 세울 계획이다. 한국인 5명,중국인 5명 안팎으로 오는 6월 이전에 연구소를 출범시킨다는 방침이다. 조정우 생명과학팀장은 "중국에는 생약 자원도 많고 오랫동안 수천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생약에 대한 임상시험 자료도 있다"며 "암치료 전문기관인 베이징의 광안문의원 등과 협력해 생약을 과학화하고 신약으로 탄생시키겠다"고 말했다. SK는 또 케미컬지노믹스 연구를 위해 미국 보스턴 연구소에 김덕중 박사 등 8명을 파견했다. 미국 바이오 심장부에서 일어나는 병리학 연구와 화학적 신약후보물질 도출 방법을 배우기 위한 포석이다. 이 회사는 암세포의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항암제를 연세대와 공동 개발중이다. 기존 혈관생성 억제제의 단점을 개선한 신약을 오는 2005년까지 개발한다는 목표다. 또 미국 국립보건원(NIH) 출신의 이서구 이화여대 교수와 함께 암을 일으키는 세포신호전달체계를 차단하는 항암제도 개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5년동안 연 30억원씩 투입된다. 이를 통해 세계 항암제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이영근 SK 대덕기술원장은 "신약 개발과 상업화에 대비한 기초 작업이 잘 이뤄지고 있고 외국 첨단기술 정보를 제때에 입수 활용하는 체계도 이미 구축돼 있다"며 신약개발기간 단축에 자신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덕=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