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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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 지나면서 봄기운이 완연하다.
어쩌면 개구리만큼 우리에게 가깝다면 가까운 동물도 많지는 않을 듯 싶다. 우물안 개구리, 청개구리 심보,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 개구리 주저앉는 뜻은 멀리뛰기 위해서다 등 생활속에 파고든 개구리 얘기만 봐도 그렇다.
기업이나 증권시장에서는 청개구리 기업문화,청개구리 전략 등 신조어도 등장했다. 어디로 뛸지 예측하기 어려운 개구리처럼 남이 모방할 수 없는 독창성과 가변성(可變性)을 강조하는 말들이다.
개구리가 해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은 이제 뉴스가 아니다. 논두렁 등지의 수면 10㎝ 안팎에 알을 낳는 개구리가 오존층 파괴로 인한 자외선 때문에 부화가 어려워진 게 주된 이유라고 한다.
수질오염 습지파괴 남획도 개구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임은 물론이다.
학계에서는 개구리 숫자가 10년전에 비해 절반 정도 감소했다고 보고하고 있으나,실제는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게 환경론자들의 주장이다.
급기야 환경당국에서는 연내 야생동식물보호법을 제정해 개구리를 보호하겠다고 나섰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개구리보호에 팔을 걷어붙였다.
전북 완주에서는 몸에 좋다며 개구리 알을 무차별 수거하는 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또 서울시에서도 탄천 등지에 개구리의 생태통로를 만드는등 보호운동을 펴고 있기도 하다.
개구리에 얽힌 얘기는 한둘이 아니다. 삼국유사에는 부여왕 해부루가 치성을 드려 금빛 개구리 모양의 아기를 얻었는데, 그가 후일에 금와왕(金蛙王)이 되어 개구리를 귀히 여겼다는 기록이 있다. 또 신라 선덕여왕은 추운 겨울날 개구리떼가 몰려들어 사나흘 울어대는 걸 보고 백제의 침공을 알아챘다는 얘기도 있다.
청개구리가 장마때 우는 것은 "오늘은 산에 가서 놀아라"하면 물에 가서 노는 등 항상 어미 말 반대로만 했기 때문에 유언만은 지키려고 물가에 어미를 묻은 탓이라는 얘기는 할머니들이 손자에게 들려주는 단골 '교훈'이기도 하다. 환경파괴 탓에 멸종위기로 치닫는 개구리의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