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날짜를 잡은 맞벌이 예비 부부들의 마음은 늘 조급하다. 회사 업무로 시간에 쫓기는 이들에게 예식장 섭외, 야외촬영, 신혼여행지 선택, 혼수품 구입 등은 여간 골치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문 웨딩컨설팅 업체 듀오웨드의 방성희씨(26)는 이런 예비부부들의 고민거리를 단번에 해결해 주는 웨딩매니저다. 웨딩플래너, 웨딩컨설턴트로도 불리는 그는 합리적인 결혼예산 책정에서부터 신혼여행 예약까지 결혼의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주는 일을 한다. 결혼시장에도 '전문가 아웃소싱' 바람이 불고 있는 셈이다. "신부에게 있어 웨딩매니저는 또 한명의 친정어머니나 다름없죠. 신부 한명한명을 대할 때마다 마치 딸을 시집보낸다는 심정으로 정성을 다하니까요" 방씨의 주 고객은 결혼식을 3∼4개월 앞둔 예비부부들. 우선 각자 주머니 사정에 맞는 결혼 예산을 정하고 그에 맞춰 예식장, 혼수장만, 신혼여행 등 가장 효율적인 결혼 아이템과 스케줄을 선택하게 된다. "'어디 드레스가 더 싸고 예쁘다'는 등 우리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진 고객들도 많습니다. '결혼 경제학'이란 말이 생길 정도니 요즘 신세대들 정말 '깍쟁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현장에서 직접 겪는 결혼 풍속의 변화도 웨딩매니저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점검 사항이다. 급변하는 고객의 요구에 얼마나 빨리 제대로 맞출 수 있는지가 웨딩매니저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혼수나 예물에 들이는 돈보다는 필리핀의 섬 '엘리도' '크라비'와 같은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곳을 신혼여행지로 선택하는 감상파들도 있고 연상연하 커플도 눈에 띄게 많아졌어요" 방씨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사회복지와 웨딩매니저가 무슨 연관이 있느냐는 질문에 "결혼 잘 시켜서 행복하게 살도록 해주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사회복지와 관계있지 않나요"라며 웃음으로 넘긴다. "여자라면 누구나 웨딩드레스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갖게 되죠. 하지만 제 경우는 좀 심했어요. 학창시절 웨딩숍에 전시된 웨딩드레스를 넋잃고 바라본 게 한두번이 아니니까요" 대학을 졸업하고 그는 무엇에 이끌리듯 웨딩드레스 디자인 전문학교에 다시 입학했다.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웨딩숍에서 디자인 일을 하며 '곁가지'로 결혼 컨설팅을 하다 이게 자신의 '적성'이란 생각을 했다고. "남의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해 눈물을 뿌리고 땀을 흘려야 하는게 이 직업의 특징이죠. 또 자기만족 없이는 하기 힘든 고된 업무고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혼식을 준비하기에 언제나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는 그가 또다른 예비부부들을 만나기 위해 잰걸음을 옮기며 던진 한마디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