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과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가 7일 보여준 경기인식은 '아직 속도조절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경기과열로 보지 않으므로 제한적인 내수진작, 저금리 등 기존 거시정책을 당장 수정할 이유도 없다는 얘기다. 진 부총리는 상반기 3% 이상의 성장 가능성을 점치면서도 적어도 1.4분기 경제지표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이는 한국경제의 45%를 차지하는 수출이 회복되기 전까진 과열논쟁이 무의미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1.4분기 경제지표가 나오는 5,6월까진 정책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그동안 소비.건설투자로 지탱해온 경제가 부작용을 노출하고 있다는데 정부와 한은의 고민이 있다. 특히 부동산 투기와 3백조원을 웃도는 가계부채는 인플레 압력을 부추기는 등 회복경기에 발목을 잡을 위험성이 농후하다. 정부는 분양권 전매 억제 등 강력한 투기방지책과 가계대출 억제대책을 마련중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올해 잠재성장률(5% 안팎)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상반기 정책기조의 핵심인 셈이다. 일각의 경기과열론에도 불구, 정부가 '정책 고수'를 선언한 데는 대내외 불확실성도 한 요인이다. 미국의 수입철강 고율관세 부과를 계기로 무역전쟁의 전운이 감돌고 하이닉스 해법은 독자생존과 매각 사이에서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다. 대우차 현대투신 등 개별현안도 미해결 상태다. 여기에다 상반기중 월드컵, 지방선거 등 주요 이슈도 기다리고 있다. 이래저래 정부와 한은의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 진 부총리는 정권 말기에 새 정책과제를 설정하는 것보다 마무리에 치중하겠다는 것을 누차 강조해 왔다. 당분간 정책기조의 변화여부 보다는 웃목(수출.투자)까지 두루 온기가 흐르는지를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