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계약위반" 속내는 "경영권불안?"..진로, 골드만삭스 제소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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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로가 골드만삭스를 상대로 서울지방법원에 "채권매수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는 사실이 알려진 7일 진로 관계회사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주)진로는 물론 계열사인 진로산업과 계열분리된 진로발효까지 상한가로 치솟았다.
골드만삭스가 진로의 경영권을 획득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고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진로는 6일 접수시킨 소장에서 골드만삭스가 자사 주식 채권의 매입과 자사에 대한 파산신청등 적대적 행위를 하지못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진로는 또 자사를 문제의 기업으로 만든 뒤 싼값에 채권을 확보해 결과적으로 경영권을 획득하려는 게 골드만삭스의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진로는 왜 경영권 위기를 느끼는가=법조계는 두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는 골드만삭스가 상당규모의 진로 채권을 확보한 뒤 다른 채권자와 함께 출자전환을 결의해 경영권 획득을 시도하는 경우다.
법원에서 화의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기업의 채권자는 출자전환을 요구할 수 있다.
진로는 채권자들이 모여 화의를 결정한 사적화의 기업이다.
한 변호사는 "사적화의는 법원의 허가없이도 일정지분 이상의 채권자들이 모여 출자전환을 결의할 수 있도록 돼있다"고 설명했다.
정리담보권자의 75%동의와 정리채권자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한 법정관리와 다르다는 것.진로는 골드만삭스가 상당한 규모의 채권을 이미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몇몇 채권자와 힘을 합칠 경우 채권의 주식전환을 통한 기업지배가 가능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자산관리공사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지난 98년 부실채권 공개매각 때 (주)진로의 채권 1천7백억원어치를 매입했다.
그 이후 추가로 매입한 게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진로측은 상당규모의 채권이 골드만삭스의 수중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다음은 진로가 가처분신청에서 지적한 대로 파산신청을 할 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진로는 골드만삭스가 진로홍콩법인에 대해 현지 법원에 파산신청을 한 전례를 주목하고 있다.
진로는 홍콩법인이 이자를 제대로 갚고 있었는데도 골드만삭스가 파산신청을 한 것은 자사를 문제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상당한 채권을 보유한 것으로 보이는 골드만삭스가 파산신청을 통해 담보채권을 행사,자기지분을 거둬갈 수 있다는 게 진로의 걱정이다.
한 화의전문 변호사는 이에 대해 "진로가 이자를 제대로 지불하지 못하는 등 영업이 어려울 경우 파산신청이 가능하다"며 "결국 문제는 진로의 회생 가능성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진로의 영업은 꾸준히 잘 돼 매년 1천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으나 부채가 1조7천여억원(2001년말 현재)에 달해 이자비용이 영업이익보다 많은 상태다.
골드만삭스는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의외로 강한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골드만삭스의 입장은 뭔가=골드만삭스는 7일 오후 "진로의 가처분신청에 대해 강력한 법적대응을 해나가겠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매입채권의 규모 등에 대해서는 일절 밝히지 않았다.
이 회사는 "진로와 진로계열사가 법원에서 인가된 화의조건에 따라 채무를 상환할 것으로 기대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다른 국내 및 해외의 채권자들과 함께 적절한 대책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가 어떤 수순을 밟을 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다만 해외채권자들과 함께 공동보조를 취한다는 방침은 확실한 만큼 재판과정에서 채권매입 규모가 밝혀지면 진로가 왜 위기를 느끼는지도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기완.오상헌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