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계약위반" 속내는 "경영권 불안"..진로, 골드만삭스 제소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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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로가 골드만삭스를 상대로 서울지방법원에 '채권매수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는 사실이 알려진 7일 진로 관계회사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주)진로는 물론 계열사인 진로산업과 계열분리된 진로발효까지 상한가로 치솟았다.
진로가 제기한 자사에 대한 골드만삭스의 경영권 획득 시도 가능성이 호재로 작용했다고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진로는 6일 접수시킨 소장에서 골드만삭스가 자사 주식 채권의 매입과 자사에 대한 파산신청 등 적대적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 진로는 왜 경영권 위기를 느끼는가 =법조계는 두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는 골드만삭스가 상당규모의 진로 채권을 확보한 뒤 다른 채권자와 함께 출자전환을 결의해 경영권 획득을 시도하는 경우다.
법원에서 화의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기업의 채권자는 출자전환을 요구할 수 있다.
진로는 채권자들이 모여 화의를 결정한 사적화의 기업이다.
한 변호사는 "사적화의는 법원의 허가 없이도 일정지분 이상의 채권자들이 모여 출자전환을 결의할 수 있도록 돼있다"고 설명했다.
자산관리공사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지난 98년 부실채권 공개매각 때 (주)진로의 채권 1천7백억원어치를 매입했다.
그 후 추가로 매입한 게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진로측은 상당규모의 채권이 골드만삭스의 수중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두번째는 진로가 가처분신청에서 지적한 대로 파산신청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진로는 골드만삭스가 진로홍콩법인에 대해 현지 법원에 파산신청을 한 전례를 주목하고 있다.
진로는 홍콩법인이 이자를 제대로 갚고 있었는데도 골드만삭스가 파산신청을 한 것은 자사를 문제기업으로 만들어 자사의 채권값을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게 해서 값이 낮아진 채권을 대거 매입한 뒤 파산신청을 통해 담보채권을 행사,자기지분을 거둬갈 수 있다는 것.
진로는 이같은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골드만삭스의 채권행사를 무효화시키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진로는 97년 화의추진 당시 골드만삭스와 경영자문 계약을 맺었다.
자문과정에서 내부정보를 많이 취득했기 때문에 자사 채권을 매입할 수 없다는게 진로의 주장.
골드만삭스가 이 계약을 어기고 채권을 사들인 만큼 합법적인 채권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게 진로의 논리다.
◇ 골드만삭스의 입장은 뭔가 =골드만삭스는 이날 한국홍보대행사인 메리트·버슨마스텔러를 통해 "(주)진로의 이번 가처분 신청은 정당한 근거가 없다고 보며, 이에 대하여 강력한 법적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또 진로채권의 매입 규모 등에 대해서는 일절 밝히지 않았으나 "(주)진로 및 진로의 계열사들이 법원에서 인가된 화의조건에 따라 채무를 상환할 것으로 기대하며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골드만삭스는 다른 국내 및 해외의 채권자들과 함께 적절한 대책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진로의 경영상태는 어떤가 =골드만삭스가 밝혔듯이 진로가 화의조건에 따라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면 상황은 확 달라질 수 있다.
진로는 2001회계연도(2000년10월~2001년9월)에 1천1백억원 가량이 영업이익을 냈으나 이자부담 등 때문에 1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부채도 2000년말 1조7천4백30억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1조8천99억원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이자뿐만 아니라 원금도 갚아 나가야 한다.
자산매각 등을 통해 빚을 줄이지 않고는 화의조건에 맞는 정상적인 채무상환이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진로는 진로재팬 등의 매각을 서두르고 있고 신제품 출시 등으로 영업이익이 늘어나고 있어 내년부터 원금을 갚아 나가는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고기완.김용준.오상헌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