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진로 사태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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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결론은 자산관리공사가 장렬히 전사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최근의 진로사태에 대해 자산관리공사 담당 직원은 억울한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
자산관리공사가 문제의 진로 채권을 골드만삭스에 앞뒤 재지 않고 매각한 것이 사안의 발단이라는 따가운 시선들에 대한 항변.
당시 부실채권 처리를 놓고 고심하던 공사는 제값받기와 신속처리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각계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세미나까지 열었었다.
학계 금융계 등 내로라하는 인사들의 결론은 한결같았다.
제값을 받는 것은 나중 문제고 부실채권을 신속히 매각해 국가 신인도부터 높여야 한다는 것.외환위기 와중이던 98년 당시의 다급한 사정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론.
결국 공사는 보유 채권을 서둘러 팔아치우기 시작했고 론스타나 골드만삭스 등은 비교적 회생가능성이 높았던 무학과 진로 채권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후 론스타는 무학에 대해 매입가격의 몇배에 달하는 원금 전액상환을 요구했고 골드만삭스는 아예 진로를 인수하려 하고있다.
물론 자산관리공사는 골드만삭스 등의 채권매수가 나중에 어떤 문제를 초래할지, 경영권에 문제는 없는지,장차 채권 회수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밀도있게 검토할 시간조차 갖지 못했다.
어떻든 2,3년이 지난 지금,그때 왜 국내기업 채권을 싸게 팔아서 국부유출의 빌미를 만들었느냐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 책임질 사람도 기관도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정부나 공사가 모두 이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을 시스템을 지금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채권을 매각한 공사나 정부가 모두 해외금융기관에 판매한 10조원 정도의 채권이 현재 누구 소유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골드만삭스가 진로채권을 집중매입하는 과정에서 '이상하다'는 일부의 경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함성같은 "조기매각" 주장에 밀려 사그러들고 말았다.
제2,제3의 진로사례가 어디서 또 터질 것인가.
김용준 경제부 정책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