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근 < 서울고속버스터미날(주) 대표이사 > 길의 역사는 문명과 국가의 역사이기도 하다. 로마 제국이 번영을 이룰 당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고,지금까지도 남아있는 아피아가도는 당시 로마 문명의 번영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으며,알프스를 넘는 길을 개척한 한니발과 나폴레옹은 나름대로 당시의 서구 문명을 지배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1940년대까지만 해도 잘 나가는 선진국이었던 아르헨티나는 지금 국가 부도를 내고 질곡의 길에 서 있는가 하면 신흥공업국으로 성장하던 우리나라는 부끄러웠던 IMF 관리체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길에 서 있다. 이와같이 개인에게 있어서나 민족에게 있어서나,혹은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길은 곧 운명의 현주소라는 점에서 항상 되돌아보고 정성스레 관리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우리나라가 경제개발의 상징인 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한 지도 30여년이 지났다. 68년도에 경인 고속도로를 개통한 이래로 지금까지 22개 노선에 달하는 고속도로를 건설했고,총연장 길이만 해도 2,671㎞에 달하여 세계 12위의 고속도로 연장 보유국이 되었다. 여기에 현재 건설중인 도로와 확장중인 고속도로가 완공되는 2005년도에 이르면 우리나라의 고속도로 보유율은 훨씬 높아지게 되고,국토 단위 면적당 비율은 모름지기 선진국 수준이 될 것이다. 불과 1백여년 전에 일제에 의해 대륙 침략의 방편으로 건설되기 시작한 철도와 신작로 건설이 자주적인 노력으로 오늘에 이른 것을 보면서 민족적 자긍심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우리 마음의 길과 경제 발전의 길을 조화롭게 관리해야 할 때가 된 것을 피부로 느끼기도 한다. 그동안 우리는 보다 나은 삶의 질을 향해서 뒤돌아 볼 겨를도 없이 빨리빨리 여기까지 오기만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마음 길을 갈고 닦는 데는 소홀하고 산업도로를 건설하고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쪽으로만 관심을 가져 왔다. 국가적 유동성 위기로 IMF 사태를 맞은 것이라던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전반적인 사회질서 위기나 도덕성 상실 현상도 따지고 보면 차분하게 내면적인 길을 생각하지 아니하고,물질적·경제적인 성장가도 만을 먼저 생각하고 달려온 데 그 원인이 있는게 아닌가 한다. 지금 우리는 봄이 오는 길목에 서 있다. 이제 산 넘어 남촌에서 오시는 봄 손님이 가져올 새 생명의 씨앗을 뿌릴 때인 것이다. 그리고 여름과 가을의 태양 아래 열매 맺어 겨울 생명의 창고에 저장할 궁리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산업도로 못지않게 영혼의 길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