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가 앨런 그린스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경기 낙관 증언 영향으로 급등했다. 통화 당국이 통안채 창구판매를 실시하지 않는 등 금리 급등세를 진정시키려는 노력을 보였으나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박스권 상단에서 쉽사리 내려오지 않았다. 이날 발표될 미국 실업률이 하락해 미국 채권 금리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불확실성으로 매도 우위 분위기가 사라지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장중 6.20%가 돌파되는 등 지지선이 견고하지 않아 박스권이 한단계 상향 조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8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권 수익률은 전날보다 0.14%포인트 오른 6.19%를 기록했다. 장초반 6.22%까지 오른 후 6.18%로 내렸으나 더 이상 하락폭을 좁히지 못했다. 5년 만기물은 7.00%로 전날보다 0.08%포인트 올랐다. 이밖에 국고채 비지표물과 통안채 거래가 몇 건 이뤄졌으나 전체적으로 매도주문이 많았다. 회사채 금리 역시 상승했다.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수익률은 AA-등급이 전날보다 0.04%포인트 오른 6.98%, BBB- 등급은 0.05%포인트 상승한 11.15%를 기록했다. 국채 선물은 하루만에 반락, 전날보다 0.03포인트 하락한 104.24로 마쳤다. 거래량은 4만1,110계약이었으며 3월물 만기가 가까워옴에 따라 6월물의 거래가 처음으로 1만계약 이상으로 늘었다. 6월물은 1만584계약 거래되며 0.38포인트 하락한 102.95를 가리켰다. 선물 시장에서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1,178계약, 1,382계약 매도 우위를 보였다. 투신사도 2,619계약 순매도했다. 반면 은행권은 4,146계약 순매수했다. ◆ 미국 실업률 지표 주목 = 최근 들어 미국 재무부 채권 금리와 국내 국채 금리의 동조화가 커졌다. 전날 10년 만기 재무부 채권 수익률은 그린스팬이 "경기 회복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발언한 데 따라 0.16%포인트나 급등했고, 이에 따라 국내 금리도 온종일 상승폭을 줄이지 않았다. 미국 시장은 이날 발표되는 실업률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1월 실업률은 5.6%였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2월 실업률이 5.8%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주간 신규실업급여 청구건수가 40만건 이하에서 안정세를 보임에 따라 실업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일까지 한 주간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37만2,000건, 그 전주는 37만8,000건이었다. 시장 관계자들은 실업률이 하락할 경우 지난 12월 이후 박스권 움직임을 계속해 왔던 10년 만기 재무부 채권 수익률이 5.20%인 박스권 상단을 완전히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전날 10년 만기 재무부 채권 수익률은 5.22%로 이미 박스권을 소폭 벗어났다. 이에 따라 국내 콜금리의 4% 유지 이후 정부나 통화당국의 안정의지에도 불구하고 다음주 국내 시장에서 국고채권 수익률도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세를 얻고 있다. 국내 변수보다는 해외변수, 특히 미국의 경기회복에 따른 금리상승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맥선물의 임용식 과장은 "국고채권 3년물 수익률 6.2%위에서는 손절매 대기 물량이 상당히 많다"며 "일단 금리가 상승세로 추세가 돌아선 이상 미국 금리상승은 국내 금리 급등을 몰고 올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통화 당국의 저금리 기조가 무너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금리 급등시 당국의 조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도 금리가 급등 출발하자 한국은행은 통안채 창구판매를 실시하지 않고 "금리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고 구두개입을 한 바 있다. 다음주 통안채 만기 규모는 7,100억원으로 지난주는 9,900억원에 못미친다. 그러나 통화당국은 금리상황을 고려해 통안채 발행규모를 적절하게 조절, 시장에 미칠 부담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대한투자신탁증권의 유승곤 애널리스트는 "당장 금리가 6.40%대로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박스권이 상향조정될 가능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