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9.11' 반년...음지.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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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영화처럼'이라고 얘기해도 될까. 미국 경제의 심장부였던 세계무역센터(WTC)에 차례로 비행기가 돌진하는 장면.수천명의 사람들과 함께 거짓말처럼 무너져 버린 빌딩.한순간에 세계역사를 바꿔버린 '9·11'이 벌써 반년 전이다.
한바탕 전쟁을 치른 미국은 이제 모든 것이 정상화된 느낌이다.
'9·11' 쇼크를 가장 먼저 숫자로 보여줬던 주식시장은 이미 테러이전으로 돌아갔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의 발언은 여기서 한단계 더 오를 것임을 예고한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맨해튼도 거의 정상이다.
WTC 인근 다운타운 어디에서도 이젠 긴장감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라운드 제로'의 복구작업은 이제 좋은 관광상품 역할을 한다.
대형 호텔이 들어서고,식당 상점 등 주변 상가도 다시 활기를 보인다.
지난 9일 테러피해 기업과 실업자들에게 향후 10년간 4백20억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이 6개월만에 상원을 통과했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할 정도다.
하지만 '9·11'은 미국인들의 생활방식을 바꿔놓았다.공항에서는 물론 맨해튼 시내 일반 빌딩에 들어갈 때도 철저한 신원확인작업과 검색을 해야 한다.
플로리다주 올랜도 등 과거에 롤러코스트를 타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했던 놀이동산도 이제는 가방을 체크하느라 더 긴 줄을 서야 한다.
피부 반점을 보면 의사들조차 우선 '탄저병'을 의심한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미국인들의 단결은 그러나 다른 나라들과 마음의 거리를 더욱 멀게 하고 있다.지난 달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때처럼 미국인들의 애국심 고양(高揚)이 외국인들에게 불필요한 반감을 일으키기도 했다.
철강제품에 대한 고율관세부과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재미 한국 유학생들이 미국내 취업기회를 잡지 못해 대학과 대학원을 마치고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인지 앞으로 미국에 대한 테러가 계속될 것이고,그것이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미국내 전문가 분석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중동에선 지금도 총성이 이어지고,오래전에 끝난 것 같던 아프간 전투소식도 다시 들린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