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기업 민영화 조건 .. 李斗遠 <연세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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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가 추진하는 4대 개혁 중 가장 미진한 분야는 공공부문이다.
국영기업의 민영화는 각종 반발과 정부의 개혁추진 의지 부족으로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공기업의 민영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이는 차기 정권에서도 계속 추진해야 할 사업이다.
그러나 민영화에 대해 반대의 소리도 들린다.
이들은 외국의 실패사례를 인용해 기간산업의 민영화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이 대표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실패사례는 영국의 철도 민영화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전력 민영화,그리고 멕시코와 러시아 등의 민영화 사례다.
영국 철도의 경우 민영화 이후 대형 참사가 잇달았으며,캘리포니아주는 심각한 전력 부족사태를 겪었다.
멕시코와 러시아 등에서는 민영화로 인해 독과점이 양산되며 심각한 소득분배의 악화를 초래했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서 발생한 각종 부작용의 원인을 보면,민영화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 및 사후처리가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국 철도산업의 근본문제는 국토 면적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철도수로 인한 고비용과 저효율에 있다.
19세기 말 영국정부는 철도회사들의 수익률을 일정수준으로 제한했다.
철도회사들은 제한된 수익률 하에서 수익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많은 철도를 개설했다.
이로 인해 전국엔 거미줄 같은 철도가 깔리게 되고,그 관리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복잡하게 깔린 철도망은 종합관리가 매우 어려워 대형사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었다.
영국정부는 이런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등한시한 채 민영화를 추진했다.
그나마 민영화 이후 적자노선의 과감한 철폐와 같은 구조조정 노력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좌절됐다.
결국 민영화한 철도회사들은 적자가 쌓이고,이 적자를 줄이기 위한 비용 절감의 과정에서 대형 사고들이 발생한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전력산업을 민영화하면서 전력회사간 도매가격은 자유화했으나,전력회사가 소비자들에게 부과하는 소매가격은 계속 규제를 하고 있었다.
마치 한 손은 묶어놓은 채 다른 한 손만 가지고 경쟁을 하라는 격이 된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전력회사들은 이러한 규제로 전력수요가 늘어나도 전력공급을 늘릴 동기를 상실하게 되었다.
신경제의 호황으로 전력공급난에 직면하자,캘리포니아주 전력회사들은 비싼 값으로 타주의 전력을 사 와 값싼 규제가격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하게 됐던 것이다.
멕시코나 러시아의 경우는 민영화 초점을 '국영기업 매각을 통한 정부재정의 확보'에만 두어 실패한 경우다.
이들 국가는 정부가 소유하고 있던 각종 독점사업을 시장구조의 변화 없이 민간에 이전함으로써 소수의 민간 독점기업들을 탄생케 했다.
이러한 민영화는 소수의 개인에게 엄청난 이권을 넘겨주는 격이 됐으며,민영화로 기대되었던 가격 하락이나 서비스 개선은 실현될 수 없었다.
이상과 같은 타국의 사례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민영화는 반드시 구조조정을 전제로 실시되어야 하며,정부와 정치권은 이러한 구조조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민영화 이후 구조조정을 가능하게 하고 또 시장논리에 따른 가격결정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완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민영화 이후에도 각종 규제로 해당 산업을 묶어놓으면 민영화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며,오히려 심각한 자원왜곡을 초래할 수도 있다.
셋째,민영화의 궁극 목적은 '경쟁체제의 도입'이다.
즉 단순히 소유권만 이전하고 정부의 재정수입을 늘리기 위한 민영화가 돼서는 안된다.
경쟁체제의 도입을 통해 서비스의 질적개선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민영화가 개방화와 동시에 추진될 때 가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이같은 원칙이 전제되지 않은 채 민영화가 추진되면 실패로 끝날 것이며,자칫하면 우리 사회에 보다 깊은 갈등의 골만 남겨놓을 수도 있다.
leedw3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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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