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돌아와 보니 제가 여성이란 걸 실감하게 되네요" 런던정경대(London School of Economics)에서의 교수 생활을 접고 8년만에 귀국한 이현정 박사(37)는 자신이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의 첫번째 여교수라는 말을 듣고 첫마디를 이렇게 꺼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이 박사에게 '첫번째'란 타이틀은 사회과학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런던정경대학에서도 따라다녔다. 99년 '조직행동론'으로 박사학위를 받기 1년전인 98년 그는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런던정경대 교수가 된 것. 이 때문에 현지에서 한국관련 이슈가 있을때마다 자문을 도맡다시피 했다. 이 박사가 학문적으로 만족감을 누리던 런던정경대학에 대한 미련을 버린건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의 적극적인 연구분위기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란 것. 이번 학기부터 '조직행동론'을 강의하는 그는 "한국의 회사원들은 너무 바쁘게 살다보니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시간조차 없는 것 같다"며 "생산성을 높이려면 조직구성원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취미활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직원들이 행복해야 동기형성이 된다"며 "학교 강의도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활동이 가장 즐겁다는 이 박사는 정신적 풍요를 맘껏 누리는 자유인이다. 서울대에서 심리학 학·석사과정을 거친후 박사 논문을 앞둔 그가 홀연히 런던으로 떠난 이유도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그의 삶은 연구활동 뿐만 아니라 여행과 문화로 채워져 있다. 런던에 있을 땐 음악회 오페라 미술전시회 등을 찾아 유럽전역을 누볐을 정도.음악전문지 '객석'에 오페라 관련 칼럼을 쓰기도 했다. 다시 태어나면 오페라디렉터가 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심취해 있다. 방학을 맞으면 중동 중앙아시아 중국 몽골 시베리아 등 세계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본다. "문화예술을 접하고 여행을 해보면 세계인들의 역사와 생활방식을 읽을 수 있어요. 심리학적 차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연구활동을 하는데 많은 영감을 얻습니다" 그는 이같은 경험을 살려 '비교문화경영학'이란 새로운 분야를 연구할 계획이다. 회사조직이 전문인력을 효과적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시스템 연구에도 몰두하고 있다. 강의도 단편적인 지식을 가르치기보다는 이론과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한 분석능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겠다는 각오다. 글=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