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1층의 판도가 바뀐다고 한다. 오랫동안 1층을 차지해온 구두 핸드백 매장이 사라지고 화장품과 보석 매장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백화점의 얼굴이라는 1층의 물건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기실 90년대 후반부터다. 먼저 없어진 건 넥타이.남성용품을 모아 파는 코디네이션매장이 늘어나고 캐주얼문화가 확산되면서 97년 퇴출됐다. 구두는 외환위기 이후인 98년부터 밀려났다. 금강제화 에스콰이아 엘칸토 등 제화 3사가 백화점에서 철수한 데 이어 99년부터 계속 다른 층으로 옮겨졌다. 올 봄엔 핸드백 매장도 윗층으로 이전되거나 면적이 줄어 들었다. 대신 수입 화장품 및 보석ㆍ액세서리 패션 브랜드가 들어섰다. 백화점 1층은 샤넬 시슬리 에스티 로더 시세이도등 수입화장품및 해외패션 브랜드가 독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실제 국내의 화장품 수입업체는 2백여개사에 이르고 지난해 수입액은 전년보다 57%나 늘어난 1조7천억원에 달한다. 백화점 화장품 매출 1∼5위가 수입품이고 그에 따라 국내시장(4조7천억원) 점유율도 30%를 넘어섰다. 이같은 변화는 무엇보다 백화점의 판매 전략이 바뀌기 때문이라고 한다. 종래엔 고객유치력이 마케팅의 첫째 목표였으나 최근엔 1인당 매출액 증대가 더 강조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1층 분위기를 고급화,조용하고 깔끔하게 만드는 데 역점을 둔다는 얘기다. 수입품의 단가가 높은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임에 틀림없다. 매출액 증대를 위한 백화점의 고급화 전략을 나무랄 수는 없다.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소비자들은 제품 자체보다 이미지를 중시하고 따라서 유명 브랜드를 선호한다고 하는 까닭이다. 갈수록 다양화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의 요구에 맞추는 것도 당연하다. 백화점의 3대 금기라던 1층 화장실 시계 창문을 설치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국내 백화점 1층이 값비싼 수입 화장품과 보석 등으로 가득차는 건 어쩐지 씁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모든 건 소비자의 판단과 행동에 달렸지만 말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