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역전선에 암운이 짙어지고 있다. 수입철강 관세부과로 무역분쟁을 촉발시킨 미국은 규제대상 확대의지를 밝혔고 EU는 외국항공사에 관세부과를 검토하는 등 강력맞대응에 나섰다. 무역마찰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회복세를 타기 시작한 세계경제에 대한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무역분쟁 급속 악화 조짐=그랜트 알도나스 미 상무부 국제무역담당 부장관이 '규제대상 확대'를 강력 시사한 것은 수입철강 관세부과 이후 높아지고 있는 무역상대국의 비난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미국경제가 '강수'의 한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미국측의 '규제확대'시사로 무역분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또한 미국외 국가들 사이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이 깊어질 수도 있다. 특히 EU측의 역외항공사 규제는 지난해 9·11테러 이후 자국 항공업계에 1백50억달러를 지원한 미국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의 철강규제에 대해 일본 중국 등이 본격적인 대응조치에 나설 경우 무역마찰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경제회복에 걸림돌=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무역분쟁은 회복세의 세계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이번 철강규제가 '명백한 반덤핑'에 근거했다기보다는 '자국산업에 막대한 피해'라는 다소 모호한 잣대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일본 중국등 여타 국가들도 유사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전문가들은 EU의 항공산업규제를 무역분쟁의 신호탄으로 분석하고 있다. 보조금지원 금지를 주장하는 미국의 '아킬레스건'인 항공산업을 직접 건드렸다는 점에서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WTO의 뉴라운드도 출발부터 삐걱거릴 가능성이 커졌다. 무역분쟁이 고조되면 그렇지 않아도 시장개방에 미온적 입장을 취해온 중남미 국가들이 더욱 보호주의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