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를 냈더니 다른 카드를 달라는 거예요. 다른 신용카드는 없다니까 그러면 백화점카드에 가입하라며 신청서를 내미는 겁니다. 가입신청서를 작성하는 사람도 있기는 했습니다만 정말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일언반구 예고도 없이 그럴 수 있는 겁니까" 롯데백화점이 삼성카드를 상대로 실력행사에 들어간 지난 10일 이 카드 회원이라는 한 독자는 전화를 걸어왔다. 아무런 영문도 모르고 주말 쇼핑을 나갔다가 매장직원에게 카드결제를 사실상 거부당하는 봉변 아닌 봉변을 당했다며 열을 올렸다. 롯데에 이어 11일 신세계백화점이 LG카드를 기피했고 12일에는 현대백화점이 삼성카드를 상대로 한 실력행사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특정카드 기피파문은 확산될 조짐이다. 백화점 업계는 신용카드회사들이 수수료 인하 문제에 소극적이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오죽하면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실력행사에 들어갔겠느냐는 반문이다. 하지만 고객과는 거의 이해관계가 없는 수수료문제가 발단이 된데다 실력행사에 들어가는 과정 또한 거대 백화점답지 않게 당당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우선 백화점들은 실력행사에 나서기 전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적어도 기피대상 카드와 일정을 매장과 고객,신용카드회사에 미리 알렸어야 한다는 것.자사 홈페이지나 카드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예고할 수 있었는 데도 이를 게을리한 점은 고객을 안중에 두지 않는 처사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더욱이 일부 입점점포에서 특정카드를 기피당한 고객에게 자기 백화점 카드를 신청하라며 신청서를 내미는 친절행위(?)는 자칫 고객을 약올리는 행위로 비쳐질 수 있다. 백화점업계는 카드사와의 수수료 협상을 유리하게 끌기 위해 고객들에게 더이상 불편을 줘서는 안된다. 카드사들이 인하하자는 의견을 낸 만큼 인내심을 갖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카드사들도 시일만 끌지 말고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백화점과 카드사들이 자신들의 이익에만 집착하면 소비자들은 결국 양쪽에 다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고기완 산업부 생활경제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