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1:00
수정2006.04.02 11:03
기업과 개인사업자들의 국제거래에 대해 국세청이 칼을 빼들었다.
해외투자,기술과 상품 도입 등 정상적인 국제거래에 묻혀나가는 탈루소득은 물론 해외이민자의 재산정리 과정과 일정한 소득이 없으면서도 호화사치 나들이를 일삼는 해외여행객까지 들여다 본다는게 국세청 방침.
국세청 한상률 국제조사담당관은 "국제거래를 통한 세금탈루를 철저히 검증하는 것은 경제성장의 과실이 국외로 유실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강력한 조사 의지를 밝혔다.
◇ 세금탈루 유형 =1차 조사 때 덜미가 잡힌 A에이전시사는 국내 학습지 판매사인 B사가 해외의 학습지 제작 업체로부터 국내 독점판매권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외국법인과 에이전트 계약을 해줬다.
A사는 B사가 지불한 저작권료의 10%를 중개 수수료로 받은 뒤 일부만 국내로 들여왔다.
나머지 3백30만달러는 해외의 비밀계좌에 예치, 세무신고에서 뺐다.
A사엔 19억1천만원이 추징됐다.
선박을 중개하는 D사는 좀더 교묘하다.
D사는 해외선주와 국내 정유사간에 선박 임대를 중개하고 거액의 수수료를 받았다.
그는 이 돈을 국외소득 면제국인 홍콩에 있는 관계회사 E사의 대리점에 개설한 장부외 계좌로 입금, 세무신고를 기피했다.
이 돈은 해외의 선주가 지급하는 '선장 선용금'이란 특수한 명목으로 위장돼 국내로 들어왔다.
임대 선박이 국내로 입항했을 때 선장에게 지급한 것처럼 회계처리된 것.
무역업체 대표이사인 L씨는 전형적인 외화유출형 '잡범'.
그는 지난 98∼99년 20차례 해외를 오가면서 홍콩과 마카오에서 도박비로 6만5천1백42달러를 썼다.
그러면서도 세무서에는 개인소득이 전혀 없는 것으로 신고했다.
회사 돈을 유출해 해외에서 탕진한 사례.
◇ 근절대책은 없나 =국세청은 국제거래 탈세혐의를 잡기 위해 개발 중인 전용 전산망을 최대한 빨리 가동시킨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99년 4월 외환전산망이 가동된 이후 각 은행의 해외송금 등 1천2백만건의 자료가 들어있다.
이 자료는 기존의 국세청 통합 전산망 자료와 연결돼 단일 시스템내에서 세무신고 내용이 자동 분석된다.
국세청은 또 조세협약이 체결된 54개국과의 국제거래 정보교환을 확충하고 관세청과의 업무협조도 강화한다는 방침.
전환사채(CB) 등 국제자본시장을 통한 탈루감시는 금융감독원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