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중도퇴진] 금융계 '人事 격랑' 예고 .. '관치' 되살아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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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림 외환은행장이 11일 돌연 사의를 표명하고 위성복 조흥은행장이 퇴진 결정을 내림에 따라 금융계가 '인사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특히 김 행장은 임기가 1년2개월 이상 남은 상태에서 중도 퇴진한 데다 위 행장도 당초의 연임 의사를 접고 전격 연임 포기를 발표, '외풍'에 대한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이번 두 행장의 퇴장은 또 곧 임기가 만료되는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 인선과 그에 따른 금융 유관기관장의 연쇄 인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되살아난 관치 논란 =두 행장의 전격 퇴진은 '외풍(정부 압력)' 외에 어떤 다른 것으로도 설명될 수 없다는 게 은행가 분위기다.
특히 김 행장 퇴진은 정기홍 금감원 부원장의 '자리 만들기' 차원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져 '관치인사' 시비가 불가피해졌다.
김 행장의 퇴진이 구체적으로 점쳐진 것은 지난 9일부터.
이덕훈 한빛은행장이 하이닉스반도체 협상단 대표로 결정되자 김 행장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는 관측이 나돌았다.
김 행장은 이날 점심시간 무렵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퇴진 통고'를 받은 뒤 이날 오후 공식적으로 사의를 밝혔다는 설(說)이 유력하다.
정부는 그동안 정 부원장을 은행장으로 내보내기 위한 방안을 여러가지로 추진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처음엔 내달 임기가 끝나는 위 행장의 후임으로 보내려고 했으나 초반부터 언론에 노출되면서 집중포화를 맞자 김 행장이 유탄을 맞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위 행장도 행추위로부터 연임을 추천받았으나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은행장 연임불가'라는 원칙론을 내세워 거부하자 '명예로운 퇴진' 의사를 통보했다는 해석이다.
이같은 관치 논란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의 행추위에 도덕성에 흠결이 없고, 국내외 금융에 두루 식견이 있으며, 구조조정 의지가 있는 인물을 행장 후보로 추천토록 지침을 주었을 뿐 특정 인사를 거론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의혹 해소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 후임 인사 =외환은행장 후임에는 정 부원장이 거의 확정적이라는 소식이다.
남은 문제는 선출 시기 뿐이라는 것.
일부에서는 후유증 해소를 내세워 임시주총 소집을 주장하고 있으나 12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행장 후보로 선출될 공산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러나 "외환은행의 외국인 대주주인 코메르츠방크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등 남은 절차가 많아 후임 행장은 빨라야 4월말에나 확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임 조흥은행장으로는 현재 외부인사중 심훈 부산은행장과 이강륭.이완 조흥은행 부행장 등 기존 은행권 인사 외에 유석렬 삼성생명 사장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깜짝 놀랄 인사가 선임될 것"이라고 밝혀 후임에 더욱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만일 심 행장이 조흥은행장으로 옮길 경우 박철 부총재가 부산은행장으로 선임될 전망이다.
한은 부총재에는 강형문 부총재보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 충격받은 은행가 =외환은행장과 조흥은행장의 인사 파문은 금융계에 상당한 후유증을 남길 전망이다.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두 은행의 행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퇴장한 것은 정부가 그동안 내세웠던 '경영능력에 따른 은행장 선임'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김 행장과 위 행장 모두 그동안 경영실적이나 시장에서의 평가가 좋았던 점을 감안하면 모처럼 안정을 찾아가던 금융계의 질서를 정부가 무너뜨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하영춘.김준현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