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은 정치에 대해선 도무지 관심이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서핑을 하다 보면 꼭 그렇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통령 선거는 아직 9개월이나 남았다. 그런데도 대선후보들의 홈페이지는 선거가 눈앞에 닥친 듯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민주당이 지역을 순회하며 경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이 발길이 가장 잦은 사이트는 울산 경선에서 선두로 올라선 노무현 후보의 홈페이지(www.knowhow.or.kr)이다. 이 사이트 게시판에는 하루 5백건 안팎의 글이 올라온다. 리플이 달린 글도 많다. 토론이 활발하다는 증거다. '지지자'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광주여! 역사의 물길을 노무현에게 내주소서'란 제목의 시를 올려놓았다. 이에 대해 '광주에서 노무현이 20%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적 글도 올라 있다. '시사잠망경' 코너에서는 설문조사가 한창이다. 이미 끝난 설문조사 결과도 올려져 있다. 설문 제목은 철도청 민영화, 햇볕정책이 공격받는 이유, DJ정부 무엇이 문제인가 등이다. '사이버보좌관' 코너는 8명의 사이버 보좌관이 올린 노무현 찬사나 변론으로 빼곡히 차 있다. '무현 생각'이란 곳에는 노 후보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2백건 가까이 올라 있다. 이인제 후보 홈페이지(www.ijnet.or.kr)도 후보를 알리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는 점에선 노 후보 홈페이지와 다를 바 없다. '네티즌 마당'에서는 지지자들과 비판자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아구찜'이 구설수에 올라 있다. '허기진자'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나한테도 아구찜 좀 주세요!'란 제목의 글로 이 후보를 비꼬아 놓았다. 한화갑 후보 홈페이지(www.hhh21.com)에 접속하자 '제주 경선 1위'란 제목의 작은 창이 먼저 떴다. 초기 화면에서는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 탈당에 관한 여론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색다른 점은 대선 공약을 별도로 올려 놓았다는 점이다. 내용이 구체적이진 않지만 정치 행정 경제 정보과학 교육 환경 등 각 분야에 대한 공약이 담겨 있다. 민주당 경선 주자들의 홈페이지와 달리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홈페이지(www.leehc.com)는 썰렁했다. 게시판에는 하루 50건 안팎의 글이 올라오고 있지만 박근혜 부총재 탈당 탓인지 온기를 느낄 수 없다. 한쪽에서는 '김동성 선수 실격 판정에 대한 여론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따끈따끈 토론방'에서는 '김운용 대한체육회장의 사의 번복'이 토론 주제로 올려져 있다. 철지난 이슈를 바꿔 놓지 않은데 대한 비판의 글도 눈에 띈다. 대선 주자들의 홈페이지는 가능성과 아쉬움을 함께 남겼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의 밑바닥 정서를 쉽게 간파할 수 있다는 점과 후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가능성으로 꼽을 수 있겠다. 팬 사이트나 안티 사이트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특정후보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게시판 곳곳에서 욕설과 반말을 내뱉으며 '멱살잡이'를 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 kedd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