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새싹들이 이공계 진학을 꺼리고 있다. 정부출연구소의 고급두뇌들도 실험실을 떠나고있다. 선진국수준의 기초기술육성,세계적 고급두뇌유치,국가 연구개발체제구축,10대 과학기술선진국 진입,국가차원의 과학기술진흥... 정부가 바뀌고 새 장관이 취임할 때마다 쏟아져나왔던 슬로건들이 무색할 따름이다. 과학기술정책이 왜 이처럼 표류하고있는가. 한국의 미래가 걸린 과학기술분야의 경쟁력을 키울 묘안은 없는가. 과학기술행정 사령탑에 오른 채영복 장관을 최근 과천청사 집무실에서 만나봤다. [ 대담=김경식 과학바이오팀 팀장 ] ------------------------------------------------------------------------------ -과학기술의 미래는 연구원들에게 달려있다. 연구원 이탈은 심각한 문제다. 해외서 박사학위를 받은 고급두뇌들이 연구소에 몰려들던 80년대와 너무도 다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고 보는가. 처방은 없는가.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지위가 낮아지고 처우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연구소 경영혁신 과정에서 연구원들도 구조조정의 대상이 됐다. 사기진작을 위해 우수연구원에게 영년직연구원(Tenure)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연구소에 대학원대학을 설치해 신생 융합기술분야 인력을 양성하겠다. 과학자들이 명예를 갖고 평생을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국가연구원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과학기술 유공자에 대한 공로연금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출연연구소에서 정년단축,프로젝트중심 평가방식 도입,연봉제 등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는데…. "프로젝트베이스시스템(PBS)은 과기부에만 적용됐다. 그러나 국가연구개발사업 공동관리규정이 마련됨에 따라 3월부터는 모든 부처에 PBS가 적용된다. 상대적인 불이익에 따른 불만은 없어질 것이다. 연봉제와 정년문제는 경영혁신 차원에서 이뤄졌다. 신분보장 문제는 앞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다" -과기부 사업은 다른 부처와 겹치는 경우가 많다. 과학교육은 교육부와,생명과학은 복지부와 겹친다. 문제는 과기부가 주도권을 갖고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를 풀어나갈 방법은. "다른 부처와 협력이 필요한 분야는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과학교육문제는 과기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과학교육발전위원회에서,생명공학은 바이오기술·산업위원회에서,과학기술 인력과 활용은 인적자원개발회의에서 이견을 조율하고 있다. 부처간 겹치는 사업에 대해선 앞으로 경쟁과 협력을 통해 풀어나갈 것이다" -과기부가 국가기술지도(NTRM) 작성에 온힘을 쏟고 있다.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가. "국가기술지도 작성은 미래 유망산업에 대한 예측을 통해 수요변화를 파악하고 수요에 필요한 산업군과 제품을 발굴,한국 상황에 맞는 기술을 선별하기 위한 것이다. 국가기술지도에 따라 연구개발을 추진할 경우 연구역량을 한 곳에 모으고 연구효율을 높일 수 있다.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국가기술지도 기획단을 구성해 기술지도 기본방향과 내용 등 추진계획을 수립할 것이다. 10월까지 국가기술지도 시안을 마련하고 12월에는 국가기술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유전자조작을 계기로 생명윤리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생명윤리와 생명공학연구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가.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줄기세포연구다. 줄기세포는 난치병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최근 선진국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과기부는 생명공학 육성과 생명윤리 확보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게 기본방침이다. 외국의 입법동향과 기술변화를 고려하고 관련부처 및 국회와 협의해 관련 입법을 추진할 것이다. 한국은 동물복제와 인공수정 등 관련기술 수준이 높다. 게다가 줄기세포연구가 본격화된 것은 2∼3년밖에 되지 않았다. 경쟁력이 충분하다. 과기부는 프런티어연구사업으로 세포응용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줄기세포연구에 대해서는 생명윤리문제가 있기 때문에 연구범위에 대한 시민단체와 과학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계획이다. 연구개발비의 일부를 생명윤리연구에 할당하고 사업단에 윤리위원회도 설치할 것이다" -이공계 진학유도를 위해 대통령과학장학생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우수 학생이 외국으로 유출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데. "대통령과학장학생 제도는 두가지로 나눠 추진된다. 하나는 과학고 및 과학영재학교 학생을 중심으로 해외 일류 이공계대학 입학허가를 받은 학생 1백명을 매년 선발해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우수학생에 대한 대통령 시상이다. 매년 수학과 과학성적이 우수하고 과학활동이 뛰어난 고등학생 1백명을 뽑아 대통령 장학증서와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지원대상 내용 추진방법 등은 전문가와 교육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추진할뮐ㅐ甄? 우수 인재의 해외유출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연간 국내 이공계 입학생 20여만명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오히려 우수 학생들에게 선진 교육기회를 제공해 고급두뇌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생명과학과 나노기술에 묻혀 전통 기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줄어들고 있다. 전통 과학기술에 대한 지원복안은. "전통 주력산업에 신기술을 접목시켜 부가가치를 높일 것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에 정보기술(IT)과 감성공학을 결합해 연비를 개선하고 안전도를 높일 수 있다. 섬유에 감성공학을 보태면 천연비단보다 착용감과 친수성이 뛰어난 섬유를 개발할 수 있다.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우주기술(ST),기후변화협약 대응기술,가뭄 극복을 위한 수자원 확보기술,원자력을 의학 농업 공업에서 활용하기 위한 방사선기술(RT)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 기초기술연구에 대한 투자도 늘려갈 생각이다. 정부 연구개발예산 가운데 기초과학분야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2006년까지는 정부 연구개발예산 대비 25%를 달성할 계획이다" -재임중 꼭 하고 싶은 일은. "단기적으로 우수인력의 이공계 진출을 장려하고 과학기술자의 사기진작을 통해 연구를 활성화해 나가겠다. 고급 과학기술 인력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생각이다. 과학기술 대중화에도 힘쓸 것이다. 중장기적 과제로는 국가기술지도 작성을 꼽을 수 있다. 국가기술지도를 통한 '선택과 집중'으로 신기술 개발에 나설 것이다" 정리=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 ------------------------------------------------------------------------------ [ 약력 ] △1937년 강원도 철원 출생 △경동고(55년),서울대 화학과(59년),독일 뮌헨대 이학박사(64년) △독일 막스프랑크 세포화학연구소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부장 △한국화학연구소 소장 △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