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신규대졸자 채용 안하면..金在源 <한양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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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취업을 하지 못한 채 대학 또는 대학원을 졸업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신규 대졸자들의 취업은 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리서치업체 조사에 의하면 1997년 외환위기 이전 65%에 이르던 대학 신규 졸업자의 취업비중이 2001년에는 25%로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85년 이래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은 기업이 우수한 신규대졸인력 채용을 외면하거나 크게 줄인 것도 한 원인이다.
이처럼 신규 대졸자들이 팀워크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고 해서 경력자 채용만 선호하다가는 '기업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도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성세대의 감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규 대졸자의 채용을 억제한지도 수년이 됐다.
이른바 '세대간 구조조정'을 둘러싼 고통분담은 젊은 세대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진행됐다.
한때 대졸자에 대한 리콜(recall)제도의 법제화까지 거론된 적이 있다.
학계 등의 설득으로 실현되지는 못했지만,감원을 최소화하기 위한 신규 대졸자 채용 기피현상은 여전하다.
대졸자들이 선호하는 경쟁력있는 대기업,금융회사,공기업에서 특히 심하다.
IMF 이후 '저주 받은 세대'라고 일컬어지는 젊은 세대들이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조직이론 측면에 심각한 문제가 제기된다.
첫째,각 기업 조직 근로자들의 연령별 분포가 왜곡되고 둘째,기존의 아날로그방식이 아닌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창의적 사고를 지닌 젊은 인재가 부족해지고 있는 점이다.
기업들은 경력 없는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하면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동안 들어가게 되는 훈련비용과 교육시간을 절감하기 위해 경력사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기업이 학교교육에 대해 신뢰를 하지 못하고,또 신세대(new generation)를 채용하는데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신세대를 채용하면 자칫 팀워크에 차질을 빚거나 장애요소가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 문제에 대해 '신세대들을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훈련시키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지금까지 가정교육 학교교육을 통해서도 성취하지 못한 것을 과연 기업이 해낼 수 있을지 자신감이 서지 않는 모양이다.
학교에 있는 사람들은 '기업의 이러한 고민은 경험을 통해 생겨난 것으로서,대학교육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대학의 인터넷 게시판을 둘러보면 '이런 성향의 학생들이 회사에 들어가 과연 제몫을 할 수 있을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대학의 고민도 적지 않다.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을 통해 체화(體化:embodied)된 신세대들의 성품이나 자질을 대학에서 모두 바꾸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교육에서 전공과목의 비중이 줄어들고,학과(부)에 따라서는 아예 전공필수가 전혀 없는 곳도 적지 않다.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렵거나,수학·그래프 등을 이용해 가르치는 과목,또는 과제를 많이 내주는 과목은 아예 수강을 하지 않아 폐강과목이 속출한다.
불과 10여년 전부터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 결과 전세계적으로 학점 인플레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대학교육도 미국 공립대학처럼 '시민교육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나타나는 긍정적 현상의 하나는 학생들의 '창의력 지수'가 높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또 학문의 이론과 실제를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기업에서는 바로 이들을 잘 식별해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제 '대학은 입학만 하면 졸업이 된다'는 사고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즉 입학위주에서 졸업위주로 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이 요구된다.
그리고 기업은 능력위주의 채용을 실시해야 한다.
이러한 미래의 인적 자본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의 변화가 없는 한 선진사회 진입은 어렵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jwk5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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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