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의 도입을 둘러싸고 아직 이해당사자들 간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앞장서 조기도입을 밀어붙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행정자치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방안을 보면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여부와는 관계없이 국민생활과 밀접한 일부 기관을 제외한 모든 행정기관들이 내달부터 월1회 토요휴무제를 시범 실시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공공부문이 먼저 이 제도를 시행하면 근로시간 단축을 춘투(春鬪)의 주요 명분 중 하나로 내건 노동계의 투쟁 강도가 누그러지고 결국 경영계도 따라올 것이라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인 듯하다. 그러나 노동계의 투쟁 초점이 발전노조의 파업에서 보듯 공기업 민영화 저지에 맞춰지고 있어 정부의 이같은 '노동계 달래기' 카드가 먹혀들지는 의문이다. 경영자총협회가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으로 보아 오히려 노사정위에서의 근로시간 단축논의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는 주5일 근무제 도입과 관련,시간을 두고 충분한 대비가 있어야 하며 노사간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가 전제돼야 함을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 노동계까지도 주5일 근무제 도입문제를 뒷전으로 돌려놓은 상황에서 정부가 서둘러 이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노사간에 합의가 안되니 손쉬운 공공부문부터 밀어붙이겠다는 발상이라면 문제가 많다. 근로시간 단축은 민간기업에서 먼저 하고 공공부문은 얼마간의 시차를 두고 따라가는 것이 순서다. 미국의 경우 제도 도입후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1940년부터 민간기업에만 시행됐고 30여년이 지난 74년에야 공무원까지 확대 시행됐다. 일본에서도 1988년부터 11년간에 걸쳐 민간부문을 선두로 근로시간 단축이 이뤄졌다. 선진국들이 이처럼 단계적으로 시행해온 것은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근로자와 공무원의 프로의식이 부족해 근무시간에 거품이 많은 우리의 경우는 근로시간 단축이 분위기 이완 등의 부작용을 초래해 자칫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킬수도 있다. 토요휴무제 시범실시에 따른 인원·인건비·휴일수 증가 등의 문제를 정부가 어떤식으로 처리할지는 곧바로 민간부문에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청된다. 국민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중대 사안을 다루면서 서두르는 것은 옳지 않다. 주5일 근무제는 치밀한 검토를 거쳐 만반의 대비책을 세운 후 민간부문부터 도입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