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0대 노인들 퀵서비스 나섰다 .. 47명 '실버퀵'에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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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5시30분.
김영성씨(71.양천구 목동)는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에서 등기부등본 3통을 발급받은 뒤 서둘러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잠시 후 지하철 2호선 합정역에 내린 김씨는 다시 1㎞ 남짓한 거리를 걸어 서울화력발전소에 도착해 이 서류를 회사 직원에게 건넸다.
김씨는 "처음에는 어리둥절해 하던 직원들도 할아버지뻘 되는 퀵서비스 '배달원'을 반갑게 대해 줬다"며 활짝 웃었다.
고령의 나이에 경제적 자립과 사회봉사를 꿈꾸며 퀵서비스 활동에 나선 노인들이 있어 화제다.
시민단체인 '사랑의전화복지재단'(회장 심철호)에서 활동하는 노인들의 모임인 '실버퀵(Silver Quick)이 그 주인공.
지난 6일 첫 서비스를 시작한 이 모임은 12일에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발대식을 가졌다.
이 모임에는 전직 공무원.교사.회사원.자영업자 등 47명이 참여했다.
이들의 연령대는 63∼80세.
김씨의 경우 대전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15년간 교편을 잡은 교사 출신.
우연히 이런 모임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곧바로 지원했다.
김씨는 "돈보다는 직업을 갖고 몸을 움직이고 싶어 참여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모임의 홍일점이자 나이가 '가장 어린' 최명수씨(63)는 "남편과 자식들도 대환영"이라며 즐거워했다.
이들은 각종 서류와 물건, 원고, 꽃, 생일 케이크, 편지 등을 지하철을 이용해 배달한다.
65세 이상은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서비스 요금은 서울의 경우 건당 7천∼8천원이며 오는 4월30일까지는 5천원만 받는다.
경기도에 배달할 때는 건당 1만원이다.
근무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연중 무휴다.
급여는 퀵서비스로 벌어들인 수입을 한 곳에 적립한 뒤 공평하게 사람 수에 따라 나누고 일부는 소년·소녀가장이나 독거노인 지원에 사용할 계획이다.
(02)6261-6000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