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어설픈 음악애호가 .. 최송목 <한국교육미디어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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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m@case.co.kr
지난주 친분있는 테너가수가 예술의전당에서 마련한 데뷔기념 독창회에 다녀왔다.
음악을 통해 색다른 삶의 감각을 맛볼 수 있어 가끔 음악회에 가는 편이다.
이런 내가 다른 사람들 눈에는 수준 있는 음악 애호가처럼 보이겠지만 직접 다뤄본 악기라곤 초등학교 2학년 때 삼촌이 사주신 하모니카가 전부다.
그나마도 연주 솜씨가 어설퍼 바람새는 소리만 내다 몇 번의 이사와 농촌살림의 소용돌이 속에서 하모니카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대학 전공은 이과계통이었고,사회에 나와서도 음악과는 거리가 먼 컴퓨터,재무분야에만 몸담아왔다.
이런 나를 두고 남들은 '음악 전문가'라고 불러준다.
한동안 우쭐했고,일가견(一家見)이 있다고 하기에 좋아했었다.
그렇지만 일가견이 무슨 뜻인가.
말 그대로 한쪽밖에 모른다는 얘기 아닌가.
인간의 뇌 구조로 볼 때 좌뇌에만 치우쳐 사고하면 감성이 부족해지고 우뇌에만 치우쳐 생각하면 실용성이 떨어져 먹고 살기 힘들어진다고 한다.
좌뇌와 우뇌가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기업경영도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모든 문제를 기술과 힘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한계에 부닥친다.
수리나 회계능력이 뛰어나고 기술력이 우수해도 인간적인 감성이 가미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다가오지 않는다.
벤처다,IT다 하는 회사들이 많이 생겼지만 기술력만 있고 관리능력이 부족해 무너지는 기업이 적지 않다.
한때 잘나가던 회사가 일정규모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데는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철학적 정체성이 부족한 것도 한 원인이다.
기업의 외형이 커질수록,사람의 직위가 오를수록 기술(technology) 지향적 사고에서 개념(concept) 지향적인 사고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음악은 감성과 지성,즉 좌뇌와 우뇌가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만드는 좋은 도구다.
그것이 트로트든 팝송이든 클래식이든 상관없다.
내가 바쁜 일정에 쫓기면서도 음악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악보를 읽을 줄 몰라도,마니아처럼 깊은 내용을 몰라도 들어서 즐거우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이론을 몰라도 즐길 수 있는 예술이 바로 음악이다.
음악회에서 졸다 깜짝 놀란 적도 있지만,워낙 편안하게 심취하다보니 졸게 되는 게 아닐까….
그래도 두 귀는 즐겁다.
어설프지만 이 정도면 괜찮은 음악 애호가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