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트리플 위칭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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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witch)의 행동은 요란해서 그 방향을 가늠키 어렵다.
만기를 맞은 주식 파생상품이 정산되는 날 현물주가는 마치 마술에 걸린 것처럼 요동치곤 한다.
그래서 미국 월가에서 붙인 이름이 위칭 데이(witching day)다.
주가지수 선물과 옵션이 정산되는 날을 더블 위칭 데이, 주가지수 선물·옵션과 개별주식 옵션 세가지가 동시에 만기를 맞는 날을 트리플 위칭 데이라고 부른다.
국내 주식시장이 14일 사상 처음으로 트리플 위칭 데이를 맞는다.
1996년 5월에 주가지수 선물, 97년 7월에 주가지수 옵션이 도입된 이후 3, 6, 9, 12월의 두번째 목요일마다 더블 위칭 데이를 경험했으나 올해 1월28일 개별주식옵션이 도입됨으로써 이제는 3개월마다 트리플 위칭 데이가 생겨나게 된다.
한발 앞서 가는 선물은 예외없이 현물과 가격차이를 보인다.
마녀는 바로 이곳을 활동무대로 삼는다.
선물가격이 현물가격(KOSPI 200지수)보다 높으면 싼 현물을 사고 비싼 선물을 팔아 무위험 차익을 노리는 매수차익거래가 생겨난다.
그러나 정산을 할 때엔 현물을 처분하게 돼 주가를 흔든다.
선물 대신에 옵션을 합성하는 방법도 동원된다.
현물로 결제되는 개별주식 옵션은 만기 후 3일째 되는 날(19일) 콜옵션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풋옵션 매수자가 매도자에게 현물주식을 인도해야 하므로 만기일 다음날(15일) 결제를 위한 주식수요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러나 같은 날 실물인수자가 미리 이익을 실현하면 매수효과는 상쇄되고 만다.
마녀가 활동하는 기간이 이틀로 늘어난데다 그 틈을 활용하려는 심리전이 치열하니 트리플 위칭 데이의 변수는 매우 복잡하다.
과거에도 의외의 요소로 주가가 폭등하기도 했고(7.80%,98년 12월10일), 폭락하기도 했다(5.62%,97년 12월11일).
이번 트리플 위칭 데이엔 별다른 충격이 없을 것이란 의견이 증권가의 다수론이지만 의외의 변수에 대해선 아무도 모를 일이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아무리 마녀가 준동해도 주가는 제 갈 길을 가고야 만다는 사실이다.
허정구 논설위원 hu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