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벤처캐피털 회사의 벤처펀드(투자조합) 불법운용 여부에 대해 전면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지방검찰청 특수1부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공단)에 "공단의 투자자금(정부 자금)이 들어간 58개 벤처캐피털 회사가 운용중인 투자조합의 출자금 전체 거래내역을 조속히 제출해 달라"고 공식요구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옵셔널벤처스가 자금유용 등의 의혹을 사고 있는 와중에서 검찰의 전면조사가 진행돼 벤처캐피털업계 및 벤처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공단은 58개 벤처캐피털 회사에 공문을 보내 오는 15일까지 투자조합의 거래내역을 통보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이 요청한 자료는 투자조합 결성전 공단 외 타 조합원으로부터 출자금을 교부받아 관리했던 예금계좌의 거래내역 공단 출자금을 입금받았던 예금계좌의 거래내역 조합 결성 이후 출자금을 관리했던 예금계좌의 거래내역 등이다. 검찰은 정부자금을 운영하고 있는 벤처캐피털 회사중 일부가 자금을 불법운영하고 있다는 혐의를 포착하고 이같은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관련 임직원을 사법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대상은 58개 벤처캐피털의 1백15개 투자조합이며 출자규모로는 1조원대에 이른다. 검찰이 이처럼 벤처캐피털업계를 상대로 전면수사라는 칼을 빼든 것은 옵셔널벤처스의 거액(1백80억원) 횡령 혐의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옵셔널벤처스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주소를 둔 옵셔널벤처스라는 미국계 투자회사가 지난해 5월 광은창투(광주은행 자회사)를 인수해 이름을 바꾼 창투사다. 이 회사는 그 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해임권고 등의 중징계를 받은 김경준씨를 대표이사로 영입하면서 물의를 일으켰다. 이 회사는 맥그로인베스트먼트 등 외국계 투자회사들을 대상으로 잇달아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를 실시, 6백억원을 모았다. 하지만 외국계 투자회사들은 보유주식을 대부분 처분함으로써 손을 털었다. 현재는 전체 지분의 60% 이상을 소액투자자들이 갖고 있다. 문제는 이 회사의 투자자금중 1백80여억원이 실체를 알 수 없는 회사에 투자됐다는 점. 중기청은 "이 회사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해말까지 1백80여억원을 투자한 8개 회사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유령회사'에 투자한 것처럼 장부를 만든후 빼돌렸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난 6일 대표이사인 스티브 발렌주엘라씨를 해임하면서 46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키로 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옵셔널벤처스의 경영진은 지난 6일 이후 종적을 감춘 상태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옵셔널벤처스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본점을 광주로 이전한다고 통보하고 본점 사무실을 폐쇄했다"고 전했다. 그는 "옵셔널벤처스에 대해 방문조사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이 회사가 방문조사를 의도적으로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본점을 광주로 옮긴다는 공시를 접한후 본점 뿐 아니라 광주 지점도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회사 경영진이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태.박준동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