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얼한 입속 '봄맛 도네' .. '낙지.주꾸미 요리 잘하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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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주꾸미,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다.
봄에는 주꾸미가 맛있고 낙지는 가을에 제 맛이 난다는 뜻이다.
가을철 포란기에 낙지 머리에 밥알모양의 알이 가득 차는데 그 맛이 일품이라 가을 낙지를 높게 쳐주지만 봄이라고 해서 낙지 맛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선 봄 낙지를 더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사실 낙지 좋아하는 사람들은 없어서 못 먹지 특별히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70년대 중동지역 건설현장에 나갔던 사람들이 귀국하면 제일 먼저 달려가는 곳이 무교동 일대의 낙지집이었다.
현지의 직원식당에서도 각종 식재료를 써서 갖가지 음식을 만들어내지만 낙지볶음 만큼은 아무리해도 고향의 제 맛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견 간단해 보이지만 무조건 고춧가루와 마늘을 듬뿍 넣고 볶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배합과 볶는 노하우가 더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대부분의 낙지집들이 수입낙지를 쓰면서도 변함없이 옛날 고유의 맛을 내는 비결이기도 하다.
주꾸미가 먹거리 대접을 받은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무교동 낙지볶음이 위세를 떨치던 70년대 어느어느 집 낙지볶음은 주꾸미가 섞였다는 소문이 돌곤했다.
그만큼 주꾸미가 낙지의 대용품 자격이 있는 셈이다.
그때부터 어촌의 밑반찬감으로나 쓰이던 주꾸미가 일반 음식점에 정식으로 선보인 것이다.
지금은 주꾸미의 골수 팬들도 많이 생겨났다.
이름난 낙지및 주꾸미 전문점을 알아본다.
현대낙지(신사동 광림교회 부근.02-544-8020)=세발낙지 볶음이 유명하다.
가격(1인분 2만4천원)이 다소 비싼게 흠이다.
2인분이라고 해도 손가락보다 조금 큰 낙지 6~7마리가 접시에 담겨 나올 뿐이니 낙지 좋아하는 사람이면 혼자 먹기에도 모자란 양이다.
아쉬워서 양념까지 전부 다 먹어도 속이 쓰리지 않는 게 이 집 요리의 장점이다.
고춧가루와 마늘이 듬뿍 들어갔지만 맵기만 한 것이 아니고 깊은 맛이 느껴진다.
밥을 볶아주거나 비벼주는등의 부가 서비스는 일체 없다.
대신 깻잎 고추장아찌를 비롯한 밑반찬이 아주 맛깔스럽다.
서린낙지(청진동.02-735-0670)=낙지볶음 자체는 여느 낙지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점은 불판이라는 특별메뉴다.
불판위에 쿠킹호일을 깔고 소세지와 햄,김치 등을 볶아주기 때문에 불판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낙지와 불판을 하나씩 시킨 뒤 불판위에 콩나물무침을 올리고 뜨거워질 때까지 낙지볶음 국물을 계속 뿌려주면 요리가 완성된다.
낙지를 한점 씹으면서 불판의 콩나물과 소시지 햄 등을 곁들이면 거의 환상적이다 싶을 정도로 입맛을 돋운다.
쭈꾸미숯불구이(마포 홀리데이인 호텔뒤 파출소골목.02-703-1538)="주꾸미"가 표준말이지만 이집은 "쭈꾸미"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소주보다 쏘주라는 표현이 술맛을 돋궈주듯 쭈꾸미라고 해야 더 쫄깃쫄깃하고 맛있을 것 같아 이렇게 지었다고 한다.
고추장으로 양념한 주꾸미를 숯불에 구워주는데 양념때문인지 쫄깃거리면서 고소한 맛이 수입낙지볶음에 비할 바가 아니다.
최근에는 저녁시간에만 영업을 한다.
주택가 골목에 위치해 있어 찾기가 다소 어려운게 흠이다.
/최진섭.음식평론가.MBC "찾아라!맛있는 TV" 책임PD (choijs@m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