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철없는 '와빠' .. 한성자동차 사내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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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산 ♬ 언저리마다 ♩ 너를 남기고♬ 돌아서는 ♪내게 시간은 그만 ♬ 놓아 주라는데~~"(윤주현 밴드의 "너를 보내고")
매주 금요일 밤만되면 서울 광진구 군자동의 한 건물지하에서 가는 불빛을 타고 밴드 연주소리가 흘러나온다.
연주자는 한성자동차의 사내 밴드 "철없는 오빠들".다섯 멤버가 세평 남짓한 "그들만의 지하무대"로 모여 연주에 심취한다.
보통 직장인들이라면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 위해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을 금요일밤이 이들에겐 황금의 시간이다.
벌써 5개월째.그토록 사랑한다는 음악에 젖어들면서 "철없는 오빠들"의 입가엔 미소가 깃든다.
더불의 손발의 움직임이 분주해진다.
지난 8일 기자가 지하 연주실을 찾았을 때도 그랬다.
#술잔 대신 기타.드럼
리더인 김종민 부장(45)의 핸드폰을 열면 "철없는 아빠들"이란 여섯 글자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중년의 나이에도 20대처럼 산다고 아내가 작명을 해 입력시켜준 별칭이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지하 연습실엔 김 부장과 그의 친구들로 이뤄진 40대 중년의 "철없는 아빠들"뿐이었다.
하지만 사내 체육대회를 앞두고 김 부장이 회사에서 "새끼"를 쳤다.
학창시절 드럼에 심취했던 이상국 과장(32)과 의기투합해 강복권 차장(42) 박응천 대리(34) 신동령 대리(35)를 차례로 끌어들였다.
미혼인 이 과장과 박 대리가 끼면서 밴드 이름이 "철없는 오빠들"로 바뀌었다.
"철없는 오빠들"은 사내 장기자랑에 출전해 10개팀중 1등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백 댄서로 협조해준 여직원들 덕택"이었다고 신대리가 몰래 전했다.
# 순수한 음악 마니아
배가 고팠을까.
한 바탕 연주를 마친 철없는 오빠들은 인근 참치 횟집으로 장소를 옮겼다.
소주가 서너잔씩 들어가자 서로에 대한 칭찬과 함께 벤츠와 포르쉐같은 고급외제차를 팔아야 하는 영업맨들의 애환이 쏟아져 나왔다.
"97년말이었던가요.
수원의 병원과 법조타운들을 돌때는 한달에 구두가 세켤레나 나갔죠.법원 근처에선 저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을 정도였으니까요"(신동령 대리)"
IMF 외환위기 때는 한달에 1대 팔기도 어려웠습니다.
눈덮인 외제차에 "매국노"라는 욕설을 써놓는 사람도 많았잖아요"(김종민 부장)
# 금요일은 밤이 좋아
취기가 약간 오른 "철없는 오빠들"은 다시 연습실로 간다고 했다.
이미 시계바늘은 11시를 넘어섰다.
연습실엔 "철없는 아빠들"의 멤버 2명이 맹연주중이었다.
두 팀이 어우러지면서 자연스레 "철없는 와빠들"이 됐다.
모두들 눈을 지긋이 감고 자신의 악기에 몰입해 들어갔다.
그 어느 유명 밴드보다 열정이 넘치는 1시간의 심야공연이 이어졌다.
말 그대로 금요일밤의 "해방구"였다.
좁다란 계단을 올라 헤어지면서 누군가 말했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은 착하고 순수한거 아시죠"
글=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