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가 나랑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과 마주친다면... 서로 모른척 지나치지만 등 뒤에 박히는 상대방의 시선이 편하지만은 않다. 복제품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디자이너가 직접 만든 옷과 악세사리,흔치않은 보세옷을 파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가로수길"이 뜨고있다. 신사동 현대고등학교와 신사중학교에서 큰 길 건너면 유독 가로수가 촘촘히 박힌 2차선 도로가 나온다. 여기가 가로수길이다. 방금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건져올린 싱싱한 색감의 미쏘니 스카프,디자이너가 한벌씩만 만든 예술가적 자켓,뉴욕 골목에서 본듯한 낙낙한 크기의 예쁜 보세옷이 한눈 가득 들어온다. 품목별로 한 집씩만 들러도 2백m 길을 통과하는데 두 시간은 족히 걸린다. 신사중학교 맞은편 가로수길 북쪽 끝에 붙어있는 "Lee's club"부터 훑어본다. 보세옷을 판다. 뉴욕 소호 스타일의 넉넉한 폼에 평범하면서도 멋스런 자켓이 5만원에서 15만원선,바지는 2만원에서 7만원이면 살 수 있다. 볼 때 보다 입어 보면 더 호감이 간다. 남쪽으로 죽 내려가다 길건너에 보이는 "View"에서는 스카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남성복 디자이너 출신인 주인이 밀라노에서 직접 공수해왔다. 알록달록 화려한 미쏘니 스카프가 9만~11만원선. 백화점보다 30%정도 싸다. 보세 블라우스와 바지도 판다. 옆집 "Lu이신우"에서 쇼 원도우 너머로 밝은 톤의 단색(보라색,분홍색) 침대쿠션과 시트를 구경하고 남쪽으로 몇발짝 더 옮기면 분홍색 어린이용 드레스가 전시된 "MAY"가 나온다. 백일이나 돌,또는 결혼식 참석 때 어린이들이 입는 분홍색 연두색,그리고 파스텔톤의 드레스와 머리띠 부케가 화려하다. 드레스는 30만원대에,머리띠는 3만5천원.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세트로 맞춰주고 아이가 크면 잡아놨던 안감을 내서 늘려주기도한다. 아이 옷에 매료된 어른들을 위해 신부 드레스도 맞춤한다. 다음은 "Eye11". 일본 문화복장을 졸업한 디자이너가 4년째 운영하고 있다. 주인이 커튼 뒤 작업실에서 만들어 꺼내놓은 따끈따끈한 자켓이 25만원선. 바지가 19만5천원에 나와있다. 보세보다 비싸지만 디자인이 그 값을 한다. 디자이너 음악가등 옷을 즐기는 전문직 종사자들의 단골집이다. 옆집 "Monte"는 수입 란제리 전문점. 대담하지만 너무 예쁜 브래지어와 팬티 세트가 눈길을 잡는다. 프랑스제는 15~20만원,스페인제는 4~7만원에 살 수 있다. 건너편 "Violetta"에서는 디스플레이 전문가가 디자인한 구두와 제작까지 직접한 악세사리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우아하게 머리를 올릴 때 쓰는 뒤꽂이가 4만8천~5만8천원,옷에 달아 포인트를 주는 꽃사지가 2만8천~3만2천원. 분위기를 확 바꿔보고 싶은 사람들에겐 14만8천원짜리 컬러풀한 구두가 안성맞춤이다. "김미영의 우리집꾸미기"도 들러볼만 하다. 방 안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수입 원단으로 만든 쿠션이 작은 것은 4만원,큰 것은 5만원에 나와있다. 일본에서 수입해온 히카센카라 브랜드의 고양이 소파가 12만원,방석은 3만원. 예쁜 천으로 커튼과 시트도 맞출 수 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