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선생님께 드리는 선물..강창희 <굿모닝투신운용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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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kang@goodmanager.co.kr
일본에서 근무하던 시절 하루는 부부가 같이 하는 동네 이발소에 갔다.
마침 이발소에는 동네 부인 두어명이 와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남자 주인이 이발을 하면서 동네 부인들에게 걱정을 털어놓고 있는 것이었다.
"새학기가 되어 건너편 초밥집의 다나카군 어머니는 자기집에서 만든 초밥을 드셔보시라고 담임 선생님께 갖다 드렸다는군요.과일집 스즈키군 어머니라면 그 집에서 파는 맛있는 과일을 갖다 드리면 될테고,고깃집 사토군의 어머니는 자기네집에서 파는 갈비를 한번 드셔보시라고 갖다 드리면 되겠지만 우리는 이거 이발을 하러 오시라고 할 수도 없고 어떡하지요? 인사는 해야겠는데…"
새 학기가 되어 초등학교 다니는 자기 딸의 담임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선물이라도 드려야겠는데 마땅한 명분이 없어서 고민이라는 이야기였다.
당시 한국에서는 그런 식의 인사를 할 때는 봉투에 얼마씩 넣어 드리는 것을 특별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필자는 이발을 하면서 생각을 했다.
'이 사람 뭘 그런걸 갖고 걱정을 하지? 봉투에 성의껏 얼마를 넣어가지고 가면 될텐데…'
그러나 그 이발소 주인은 현금 넣은 봉투를 들고 간다는 생각에까지는 미치지 못한 것 같았다.
그 사람 뿐만 아니라 적어도 필자의 주위에 있던 일본인 학부형들은 그런 생각을 못하는 것 같았다.
선생님들 또한 학부형으로부터 돈봉투를 선물로 받는다는 것은 상상을 못하는 것 같았다.
필자의 집근처에 살던 한국인 주재원 부인이 돈봉투를 선물로 드렸다가 되돌려 받고는 너무 창피해 아이를 한국인 학교로 전학시켰다는 얘기를 들은 일도 있다.
평균적인 일본인들은 추석과 설에 (그것도 어느 정도 여유있는 사람들이)우리 돈으로 5만원 안팎의 선물을 백화점 택배를 통해 보내는 게 보통인 것 같았다.
새학기가 되면서 자기 아이들을 맡아 가르치고 계시는 선생님께 무엇인가 고마운 뜻을 전하는 선물을 하고 싶은 것은 한국의 어머니들이나 일본의 어머니들이나 같은 마음일 것이다.
또한 그 방법이 일본식으로 하는 게 옳다는 법도 없다.
한국식으로 약간의 현금을 드리는 방법도 어찌 생각해보면 합리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다만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정말 마음의 선물이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은 필요하지 않을까.
새학기가 될 때마다 한번씩 생각해 보곤 하는 문제다.
그 외에는 앞에 소개한 어머니들처럼 특별한 명분이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나 선물을 하는 정도였다.
그런 명분을 찾기 위해 일본인 이발소 주인도 그렇게 고민을 한 게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