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2002 한·일 월드컵경기 인터넷중계가 무산위기에 처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월드컵 중계권 판매사업자인 독일 키르히미디어사는 최근 국내 월드컵 중계사업자인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에 월드컵 인터넷중계 불가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르히미디어는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월드컵 중계권을 사들여 세계 각지에 판매하고 있는 독일의 미디어그룹이다. 방송계 관계자는 "키르히미디어사가 지난 12일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월드컵 인터넷중계가 당초 기대했던 국제표준 방송기준에 부적합하기 때문에 중계를 허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키르히미디어가 방송 불가방침을 밝혀옴에 따라 정보통신부,방송 3사,초고속통신망 사업자 등 민·관이 공동 추진해온 인터넷중계 계획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방송 3사는 긴급회의를 갖고 대책방안을 논의했으나 뾰족한 대안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KBS등 방송사들은 협의를 거쳐 키르히미디어측에 수정 중계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키르히미디어는 당초 국내 월드컵 중계권자인 방송 3사에 '국제방송신호와 동일한 화질과 음질'을 보장하고 한반도 내에서만 방송할 경우 인터넷방송도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방침에 따라 방송 3사,초고속통신망 사업자로 구성된 코리아컨소시엄은 키르히미디어측에 일부 1Mb급을 포함,평균 3백Kb급의 인터넷중계를 제안했다. 하지만 키르히미디어측은 이 수준으로는 TV급 방송이 불가능하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내온 것이다. 키르히미디어의 방송 불가방침은 정통부와 관련업체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정통부는 월드컵 인터넷중계를 통해 국내 인터넷 인프라 수준을 전세계에 알린다는 계획이었으나 망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는데 실패해 사업이 당초보다 늦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KT(한국통신) 두루넷 등과 멀티캐스팅을 준비해 온 이지씨엔씨,인포바다 등 네트워크 솔루션 업체들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지씨엔씨의 최병현 실장은 "인터넷중계가 불가능해질 경우 수개월 동안의 준비작업이 허사가 될 것"이라며 "월드컵 이후의 후속사업에도 적지않은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