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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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은 '신선한 힘'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런 이름값에 걸맞아서인가.
우리 조상들은 생활속에서 숯을 요모조모 지혜롭게 활용했다.
장을 담글 때는 불순물제거용으로,주춧돌을 놓을 때는 배수용으로,아기가 태어나 금줄을 칠 때는 숯을 끼워 세균과 악취제거용으로 썼다.
특히 숯은 민가에서는 필수적인 가정상비약이었다.
중풍이나 소갈증치료는 물론 아이가 경기를 일으키고 소화가 안될 경우에도 숯가루를 먹였다.
숯은 서양에서도 의약용으로 널리 쓰인 것 같다.
히포크라테스 생존 당시 그리스에서 간질 현기증 빈혈 탄저병 등의 치료에 숯을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프랑스 화학자 베르낭은 숯의 해독작용을 입증하기 위해 비소와 숯으로 임상실험을 했고,미국의 데이비드 쿠니 박사는 그의 저서 '활성탄(Activated Charcoal)'에서 숯의 의학적 효능을 증명하기도 했다.
이같은 숯이 그동안은 큰 관심은 끌지 못했다.
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지 않은데다 대형 제약회사들이 계속 내놓는 신약에 밀린 탓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숯의 효능이 규명되면서 의약품원료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외국 기업들이 이 분야에 다투어 나서고 있는데,일본의 구레하(吳羽)화학공업은 숯의 의학적 용도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할 정도다.
당뇨 빈혈 신후증 장질환 등 치료약이 속속 개발되고 있으며,체내의 공해물질을 흡착시켜 몸밖으로 배출해 내는 기능성 연구도 진행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작 식품첨가제,건강증진용 기구,피부미용 등에 국한돼 있을 뿐이다.
숯은 탄소(85%)와 미네랄로 구성되어 있는데,약용으로 쓰는 숯은 가마속에 참나무 장작을 넣어 1주일 동안 불을 땐 뒤 다시 1주일을 식혀 만들어진다.
이를 검탄이라고 한다.
검탄을 다시 구우면 활성탄이 되는데,활성탄은 1g의 표면적이 1천2백㎡나 될 정도로 미세한 구멍이 많다.
이 구멍이 바로 탈취,항균,음이온 및 원적외선 발생 등 신비한 의학적 효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숯불구이 갈비집에서나 대하는 숯이 건강약제로 활발하게 쓰일 날을 기대해 본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