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1:11
수정2006.04.02 11:15
14일 금융감독원이 중징계한 13개 분식회계 기업들의 분식 액수가 무려 8천2백6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져 경제계에 충격을 안겨줬다.
금융당국의 분식회계 근절 의지가 단호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제재 수위가 발표되기도 전에 해당 기업의 주가가 폭락하는 등 이번 조치는 즉각 증권시장을 강타했다.
투자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과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조정여부,부실 금융회사 매각협상에 미칠 영향 등 일련의 후폭풍도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회계 기준을 둘러싸고 당국과 해당업체.회계법인간의 논쟁이 계속되고 있어 불합리한 제도가 분식을 불렀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게 됐다.
분식회계 근절이라는 대의명분에 맞게 제도개선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적 부풀리기=한화그룹 계열 3개사는 2000년 12월 결산이 끝나기 직전 상호 지분을 출자한 후 이를 바로 결산에 반영,모두 4천1백14억원의 이익을 결산 제무제표에 보탰다.
이 때문에 (주)한화는 9백77억원의 적자에서 1천57억원의 흑자로 둔갑했다.
한화유통도 3백82억원의 적자에서 1천2백7억원의 흑자로,한화석유화학도 2백28억원 적자에서 1백63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한화석유화학은 2000년 12월께 2천원 안팎이었던 주가가 결산확정기에 4천6백90원으로 2배이상 급등했다.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건설과 동부화재,동부제강 등 3개사도 똑같은 분식 방법을 사용해 2천1백97억원의 이익을 과대계상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SK케미칼과 동국제강도 같은 혐의를 받고있다.
대한펄프와 LG산전 흥창 신화실업 대한바이오링크 등은 우발채무 삭제 역외펀드를 이용한 이익과대계상 등의 수법으로 2천51억원의 영업실적을 부풀렸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무엇이 문제인가=그러나 한화그룹 계열 등 8개사의 경우 회계법인과 함께 금감원 지적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감리위원회가 6시간이나 끌었던 것도 이같은 이유다.
반발의 핵심은 모호한 회계기준.현행 기업회계기준 59조는 기업이 주식투자 손익을 결산에 반영할 때는 20년 이내의 기간중 "합리적인" 기간동안 정액법으로 상각 또는 환입토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합리적인"이란 모호한 기준.해당 기업과 회계법인들은 계열사 주식투자 이익을 곧바로 결산에 반영했더라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합리적이라는 기준이 모호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3~5년에 나눠서 투자 이익을 환입하고 있는데 반해 해당 기업들은 결산 직전에 투자를 실시하고 또 이를 한꺼번에 환입한 만큼 고의적 분식회계 혐의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주식투자 이익을 부풀려 계산한 방법도 문제삼고 있다.
즉 계열사들이 서로 주식을 매입하면서 주당 순자산가치를 낮게 평가해 싼 값에 매입한 후 취득가액과 주당순자산가치와의 차액인 투자수익을 모두 부(負)의영업권으로 처리,한꺼번에 환입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산가치와 부채가치,영업권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매입 가격을 산정해야 하는데 순자산가치를 낮게 해 싸게 판 후 투자이익을 한꺼번에 환입해 3개사가 모두 영업실적을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파장은=주가 폭락으로 해당기업 투자자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분식회계 액수가 가장 많은 (주)한화는 3일연속 주가가 상승했으나 이날 주가가 3백원(7.5%)이나 떨어졌다.
이번 분식회계 적발로 앞으로 기업 회계가 더욱 엄격해질 전망이다.
13개 기업의 결산 보고서에 "적정"의견을 붙인 7개 회계법인과 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 26명이 무더기로 직무 정지를 당하게 됐다.
앞으로 회계감사가 더욱 엄격해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기업 투명성을 높여 투자유치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긍정 평가했다.
부실금융회사 매각 영향받나=한화그룹은 현재 일본 오릭스그룹,호주 맥커리보험사와 함께 대한생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정부와 가격협상중인 단계로 이번 조치가 협상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동부그룹도 3백81개 중소기업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서울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매각협상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