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국제무역기구(WTO) 가입 문제에 관해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관련 서적과 보고서가 나온 적 있다. 그러나 올해부터 중국이 본격적으로 WTO에서 규정한 회원국 의무를 이행하게 되면서 한국으로서도 구체적인 대응조치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시급해졌다. WTO 가입은 중국 정부가 여러가지 정치·경제적 득실을 모두 고려한 끝에 16년만에 얻어낸 것이다. WTO 가입이 중국과 세계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은 세계 대다수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부 학자들은 WTO 가입 때문에 중국 경제가 파탄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상황 판단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WTO 가입을 계기로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에 적극 진출하고 있는 현실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중국과 WTO'(수파차이 파닛차팍·마크 클리포드 지음,박정숙 옮김,에코리브르,1만1천원)는 이러한 상황에서 WTO 가입 이후 중국의 변화와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대응 방향을 올바르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시기적절하다고 보인다. 공동집필자인 태국의 수파차이 파닛차팍 박사는 내년에 정식으로 WTO 사무총장에 취임하게 된다. 따라서 중국의 WTO 가입협상 과정을 잘 알고 있는 동시에 향후 WTO의 운영을 책임질 사무총장으로서 그의 분석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저자들은 중국이 WTO 가입으로 인해 경제성장에 새로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며 세계경제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임을 의심치 않고 있다. WTO 가입은 개혁·개방을 끝까지 밀고 나아갈 수 있는 중국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저자들은 이 과정에서 중국이 극복해야 할 과제의 심각성을 따끔하게 지적하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저자들은 중국의 WTO 가입이 주변국들에 주는 충격을 분석하면서 주변국들의 과제를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 만약 자신의 개혁을 소홀이 할 경우 이들 국가는 중국경제가 부상하는 과정에서 이익을 얻기 어려울 뿐더러 심지어 소외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은 중국경제에 대한 최신 자료와 WTO 자체의 운행 과정,개혁 방향까지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차기 WTO 사무총장의 의욕적인 개혁의지와 뉴라운드를 포함한 향후 과제들까지 엿볼 수 있다. 최근 잇따른 무역 마찰 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한국은 앞으로 WTO와 무역환경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를 심각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홍석 광운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