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단풍나무 .. 정정태 <티지코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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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choung@tgcorp.com
아파트 1층에 사는 탓에 나는 자그마한 정원을 소유하는 행복을 누리고 산다.
작년 늦가을의 일이다.
화려하던 봄,여름,가을의 뒷자락에 낙엽이 다 떨어진 정원이 무척이나 앙상하고 쓸쓸하게 보였다.
다른 집에는 늦은 가을과 겨울철에도 빨간 잎을 자랑하는 단풍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집 주인에게 물어보았더니 자기네 단풍나무는 일년 내내 빨간 단풍잎을 유지하고 있으며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겨울에는 모든 것이 앙상하게 말라져 있을 때도 그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나는 즉시 화원으로 달려가 단풍나무를 한그루 사 가지고 왔다.
정원의 한 중앙에 정성껏 심어 놓았고 파란 잎이 빨갛게 변하기만을 기다렸다.
어느 주말에 정원을 무심코 바라보니 파란 잎이 시들시들하게 말라가고 있었고 빨간 색으로 변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화원에 달려가 다시 물어보니 내가 사간 것은 청단풍이라는 것이다.
가을에만 낙엽이 지기 전에 잠깐 빨갛게 단풍이 든다는 것이다.
일년 내내 빨간 것은 적단풍나무라는 것이다.
파란 잎으로 만족하자고 자위하면서 돌아왔다.
어느 주말 정원을 바라보던중에 나는 깜짝 놀랐다.
단풍나무의 잎이 말라서 다 떨어져 있고 단풍나무의 오른쪽에 있는 향나무,철쭉나무 그리고 장미등 모든 수목이 노랗게 말라 죽어 있는 것이었다.
단풍나무를 포함해 정원 반대쪽이 다 황폐하게 변해버린 것이다.
속이 무척 상했다.
단풍나무가 수분을 지나치게 많이 흡수하였는지,아니면 다른 화초들의 활기를 자르는 맥을 차지하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어쨌든 정원의 절반이 죽어버렸다.
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봄철이 되면 아름답게 되살아나는 정원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단풍나무에 특별한 영양분을 주고 각별한 정성을 쏟으면 그 옆에 죽어 있는 꽃과 나무들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결국 나는 그 단풍나무를 뽑아내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멍들어있는 반쪽의 정원을 빠른 시간 내에 치유하기 위해 각별한 정성을 쏟기로 마음먹었다.
봄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으며 다시 활짝 피어나는 정원을 보고 싶다.
벤처기업 경영을 하다 보면 조직과 인사가 큰 이슈가 된다.
대부분이 경력자인 백그라운드가 전혀 다른 사람들을 모아 하나의 비전을 향해 조직과 문화를 만들어 가는 벤처기업 CEO는 척박한 땅에 정원을 만들어 가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