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프로] (5) '쇼핑호스트' .. LG홈쇼핑 '이유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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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홈쇼핑의 간판급 쇼핑호스트 이유진씨(34).시원스런 외모에 가냘픈 몸매를 가진 그는 1만5천여명의 주부들과 매일 2시간동안 '전쟁'을 치른다.
그의 무기는 센스있는 화술과 축적된 신뢰감.전화기를 앞에 놓고 '살까 말까'고민하는 주부들의 까다로운 마음을 사로잡아 결국 다이얼을 돌리도록 하는 것.
"방송이 진행되는 스튜디오는 그야말로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나 다름없죠.고객 콜(주문전화·call)수가 무대 앞 전광판에 시시각각 나타나고 콜수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PD의 목소리는 숨이 넘어갈 정도예요"
올해로 입사 8년차를 맞는 이씨는 보석류 화장품 의류 등 여성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 판매를 맡고 있다.
홈쇼핑 채널의 프라임 시간대인 오전 방송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그에게 맡겨진 임무도 막중하다.
"보통 각각의 쇼핑호스트에게는 경력과 방송시간대에 따라 판매 할당액이 정해져 있어요.
저같은 경우는 2시간 방송동안 평균 6억∼8억원어치를 팔아야 합니다"
LG홈쇼핑의 하루 매출액 중 10% 정도를 그가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스트레스도 엄청나다.
"처음에는 할당액을 못채우면 어떡하나 노심초사한 적도 많았어요.
고객 콜수가 멈춰지면 눈앞이 노래지고 등 뒤에선 식은땀이 흐르죠"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후 의류업체에서 디자인일을 하다가 염증을 느끼고 이직을 생각하던 중 마침 쇼핑호스트 모집공고를 접했고 LG홈쇼핑의 개국 멤버가 됐다.
외국 방송을 수시로 모니터하고 동료들과 함께 밤을 새우면서 자체 교육 매뉴얼을 작성하는 등 창립 초기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처음엔 2시간동안 단 한개의 상품도 팔지 못하고 화장실로 달려가 눈물을 흘린 적도 많았다.
이제 그는 5만원짜리 진주목걸이세트를 단 20분만에 5천5백개나 팔아치울 만큼의 베테랑이 됐다.
"물론 품질이 좋아야 하겠지만 시청자들이 직접 만져보고 착용한 것 같은 느낌을 표현하고 전달해야 하는 쇼핑호스트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자신을 믿고 상품을 사주는 한명한명의 시청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못하는 게 너무 아쉽다는 그는 쇼핑호스트의 생명을 '신뢰'에서 찾는다.
"시청자들을 기만하지 말아야죠.과장된 표현이나 현란한 선동문구들은 이제 시청자들이 먼저 알아보세요.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먼저 사용자 입장이 돼보려고 노력합니다"
매일 방송에 얼굴을 내밀다 보니 골수팬도 많이 생겼다.
방송으로 보니 머릿결이 나빠진 것 같다며 샴푸와 린스를 보내주는 팬도 있단다.
그는 자기 회사 홈쇼핑 판매상품을 어떻게 살까.
"저도 일반 시청자들과 똑같이 080 전화를 통해 사요.
무이자 할부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