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에 상승발동이 걸렸다. 시동을 건 주체는 턴 어라운드(turn around)다. 버블로 깊게 파였던 상처에 '실적'이라는 새 살이 돋아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입증된 실적을 내세우는 '실력주'들이 급부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 1,2월중 작년 한해 매출보다 더 많은 실적을 거둔 업체가 나타나는가 하면 올해 매출이 전년의 40배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종목도 등장했다. 시장 자체도 턴어라운드되고 있다. 엉터리 테마와 주가조작사례가 사라지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 15일 코스닥 시장이 90고지 직전까지 내달린 점도 시장 자체가 변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숲 아닌 나무를 봐야 한다=과거 코스닥시장은 인터넷과 벤처 바람이 거품을 일으켰었다. 회사명을 영어로 바꾸면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는 웃지 못할 일이 다반사로 벌어졌었다. 그만큼 시장은 왜곡됐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잣대는 '실적'으로 통일되고 있다. 업종간에는 물론 업종내에서도 종목별로 주가가 차별화되고 있는게 이를 뒷받침한다. "외국계 투자가들이 최근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종목은 펀더멘털이 입증되는 종목군"이라고 대신경제연구소 정윤제 수석연구원은 강조한다. 시가총액 상위종목에 들어 있지 않더라도 실적호전이 가시화되는 종목이면 주저없이 사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라진 3무(無)=올초만 해도 코스닥시장은 3무시장으로 불렸다. 매수주체,주도주,상승 동기(모멘텀)가 없는 무기력증을 상징하는 말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외국인은 강력한 매수주체로 부상했다. 절대규모는 거래소에 비해 적지만 일관되게 사고 있다. 미국 나스닥이나 국내 증권거래소가 흔들려도 코스닥시장에서의 외국인의 순매수 손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올들어 벌써 작년 한해와 맞먹는 4천5백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주도주로는 실적주가 부상하고 있다. 강원랜드 등 실적호전 대형주는 시장의 지렛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상승모멘텀은 역시 턴어라운드다. 경기회복과 맞물리면서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거나 흑자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스타주의 탄생=강원랜드 휴맥스 LG홈쇼핑 CJ39쇼핑 엔씨소프트 등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인터넷이나 B2B 등 어떤 업종으로 묶을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대신 '실적호전 그룹'에 속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올들어 이들 종목의 상승률은 평균 1백%를 육박한다. 경기회복의 선두주자인 3D(D램 Disply Digital)관련 종목인 반도체와 LCD장비업종군 역시 1차상승을 마치고 2차랠리를 준비중이다. ◇얼마까지 오를까=전문가들은 지수 100선 도달여부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정 수석연구원은 "거래소에 비해 지수는 10분의 1이지만 기업가치 측면에서 좋은 종목들이 많다"며 "거래소보다 저평가돼 있고 시장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수 100돌파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투자정보팀 황준현 선임연구원은 "턴어라운드되는 종목이 많아 유동성만 조금 더 공급된다면 지수 100까지도 내다볼 수 있다"며 "4월까지 신규 공급물량이 없다는 점에서 시장환경은 어느 때보다 좋다"고 내다봤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