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전문잡지인 포브스지는 지난해 6월 'Look out SONY(조심해,소니)'라는 표지기사를 실었다. 당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05년까지 삼성은 소니보다 강해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경영지표로 보면 삼성은 이미 소니를 제압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회사는 디지털네트워크 혁명을 통한 IT(정보기술)산업의 선두기업 달성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다. 소니는 지난해 일본 유수의 전자업체중 유일하게 적자를 면하며 일본 제조업체의 대표기업이라는 자존심을 지켰지만 삼성전자의 압박으로부터는 벗어나지 못했다. ◇삼성,전 사업부문에서 승리=정보통신부문에서 가장 극단적으로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정보통신부문에서만 매출 9조3백억원,영업이익 1조3천7백억원의 개가를 올렸다. 반면 소니는 지난해초 휴대폰의 제품불량으로 1백31억엔의 회수비용을 치른데 이어 10월에는 스웨덴 에릭슨과의 사업통합을 통해 만회를 시도했지만 4분기에만 1백52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에릭슨마저 제치며 지난해 세계 휴대폰시장 4위업체(시장점유율 7.1%)로 뛰어 올랐다. AV(콤포넌트)부문에서도 소니는 지난해 디스플레이 사업의 악화로 1백82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디지털 가전에서 2천9백2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해외법인이 올린 3억달러의 순익을 감안하면 이익규모는 7천억원대에 이른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분야에서는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TFT-LCD,PDP 등 차세대 제품군의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들어간 반면 소니는 아직 이들 제품의 생산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유기EL 등 첨단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삼성전자는 SDI라는 든든한 '우군'을 업고 있는 반면 소니는 투자여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는 오히려 소니가 삼성을 추격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2000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1위,전체 반도체 시장에서는 5위권에 들었다. 하지만 소니는 19위로 20위권에 막 진입했다. 휴대폰에 쓰이는 메모리반도체인 S램의 경우 소니는 세계시장 점유율 3.7%(11위)지만 삼성은 21%로 굳건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브랜드 업그레이드가 과제=영국의 브랜드 전문조사기관인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소니에 이어 두번째로 나타났다.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64억달러로 필립스 등 경쟁사보다 높지만 아직은 소니(1백50억달러)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소니는 노트북 컴퓨터 '바이오(VAIO)',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과 같은 히트상품으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삼성도 휴대폰과 DVD플레이어 MP3 핸드PC '넥시오(NEXiO)' 등 세계적인 제품들을 내놓고 있지만 파괴력에서는 소니에 못 미치고 있다. OEM(주문자 상표부착생산) 매출도 브랜드 가치향상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