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93개 12월 결산법인 정기 주총이 15일 일제히 열렸다. 이날 주총을 개최한 기업은 거래소 상장기업 1백97개사,코스닥 등록 96개사등으로 전체 상장·등록기업의 24.3%에 해당한다.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른 것에 고무된듯 대부분의 기업들이 주총을 원만하게 치렀다. 주총꾼이나 주총선물 안기기 등 과거 주총의 얼룩진 행태도 찾아보기 어려워 주총문화가 달라졌음을 실감케했다. 지난해 실적이 크게 호전된데 따라 롯데제과 태평양 등이 고율 배당을 실시한 것도 특징적이었다. ○…현대자동차 주주총회는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돼 1시간만에 순조롭게 끝났다. 이날 주총에서는 정관에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문제를 놓고 다소 논란이 빚어졌다. 정관에 교육사업과 평생교육시설 운영,부정기 항공운송과 항공기 사용.취급.정비사업,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위한 차량 정보.서비스 사업 등을 추가하자 서동식 우리사주조합장은 "교육 및 항공사업에 새로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동진 사장은 "교육사업은 본사와 계열사 직원들의 교육을 위한 것이며 항송사업은 한국DTS 소유의 헬기를 넘겨받아 운영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김강희 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임원들에게만 주어지는 스톡옵션을 모든 직원에게 확대 실시할 계획이 없느냐"는 제안을 했고 이에 대해 김 사장은 "회사가 거둔 성과를 보다 공정하게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포철은 지난 72년 본사를 포항으로 옮긴 이래 처음으로 본사가 아닌 강남구 대치동의 포스코센터에서 2백여명의 주주가 참석한 가운데 주총을 실시했다. 6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외국인 주주들의 대리인들과 대다수 국내 주주들이 서울에 있어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주총장에 들어가지 못한 주주들을 위해 처음으로 장외영상을 통해 주총현장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지난 1월초 유상부 포철 회장이 CEO포럼을 열어 경영실적을 미리 발표한 탓에 주주들의 질문이 '가물에 콩나듯' 했던 것도 올해 주총의 특징이었다. 포철 관계자는 34년간 사용하던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 대신 '포스코'로 사명을 변경한 것은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높이고 미래성장성을 알리자는 취지"라면서 "사명에서 특정업종을 지칭하는 제철을 삭제해 부정적인 선입견을 불식시킬 수 있게 됐다"고 설명. ○…울산에서 주총을 개최한 현대중공업은 세종법무법인의 박진원 변호사를 다시 사외이사로 선임해 화제를 모았다. 박 변호사는 지난 2000년 3월 사외이사로 선임됐으나 10월 금융감독위원회 비상임위원을 겸직하게 돼 중도에 사퇴했었다. 그러나 그는 계열사간 상호지분출자를 막기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6월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아시아판 '아시아스타 5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주총이 3년만에 차분하고 조용하게 끝난 점도 눈길을 끌었다. 회사 관계자는 "창립 30주년인 데다 최근 계열분리가 마무리돼 주주들이 회사의 과거보다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설명. 올해도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낸 참여연대측은 현대중공업이 하이닉스반도체의 미국법인인 HEA 및 그 자회사인 HSA(유진공장)와 맺은 채무보증, 주식처분, 구매보증이행 문제 해결 여부에 대해 집요하게 질의. 회사측은 이와 관련 "하이닉스반도체가 이번에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에 원활하게 매각될 경우 매각대금에 HSA에 대한 구매보증 이행분이 포함돼 부담이 완전히 해소된다"고 답변했다. ○…(주)코오롱은 과천 코오롱타워 대강당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보통주 8%, 우선주 9%의 배당을 의결했다. 신임 등기이사에는 박성열 전무가 선임됐다. 코오롱은 지난해 매출 1조2천9백91억원, 경상이익 2백6억원, 당기순이익 3백21억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매출 1조2천5백억원, 경상이익 4백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정호 사장은 "올해는 선택과 집중으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반을 다지겠다"며 "앞으로 자동차 소재, 정보통신 소재, 초극세사 등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하는 폴리에스터 원사부문은 적자를 내고 있으나 다른 전 부문에서는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쌍용의 주주총회에서는 전날 증권거래소측의 매매거래중지조치와 소액주주 주식 감자(자본금 감축)문제가 논란이 됐다. 소액주주들은 5대1로 주식을 병합키로 함에 따라 지분가치가 줄어들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고 매매거래정지에 대해서도 회사측에 따져 물었다. 그러나 지난해말 기준으로 자본 전액잠식인 쌍용이 올 2월 채권단과 채무조정을 통해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기로 한 데다 1~2월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는 회사측의 설명이 이어지면서 소액주주들은 논란 끝에 감자안을 받아들였다. ○…한일시멘트 현대시멘트 아세아시멘트 등 3개사는 실적히 호조를 보인 데다 모두 16%의 비교적 높은 배당률을 결정함에 따라 별다른 논란없이 무난히 진행됐다. 임기만료된 이사들도 대부분 재선임되기로 하는등 안건이 많지 않아 30분~1시간여만에 주총이 끝났다. 한일시멘트의 경우 지난 97년 발행한 해외전환사채(CB)8백만달러어치가 55만주의 주식으로 전환돼 주가하락을 염려하는 주주들의 질문이 집중됐으나 올해 경기회복 등으로 실적이 호전되리라는 회사측의 설명으로 일단락됐다. ○…XML(확장형 인터넷언어) 솔루션 업체인 휴먼컴은 에드워드 팡씨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종만 전임 대표이사를 비롯 노종구 이순무 이태진씨 등 기존 경영진은 사의를 표명, 이사진에서 빠졌으며 에드워드 팡씨 등 5명을 신임 이사로 선임했다. 이같은 경영진 교체는 지난해 1백93억원이 넘는 적자를 낸게 결정적인 이유로 풀이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진출과 관련, 연예종합 인터넷 포털사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회사측은 이번 주총에서 통과된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이달중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