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인 상업은행인 중국은행에 약 5억달러(약 7천억원)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 중국 금융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말 드러난 중국은행 뉴욕지점의 부정대출 사고 직후 터진 것이어서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잇단 사고로 중국은행의 해외 증시 상장 및 중국의 전반적인 금융개혁에 차질이 예상된다. ◇사고 개요=광둥(廣東)성 카이핑(開平)지점의 간부와 직원 5명이 공모, 지난 7년 동안 총 5억달러를 해외로 빼돌렸다고 류밍캉(劉明康)행장이 최근 밝혔다. 이들은 마카오와 라스베이거스 등 도박장에서 돈세탁을 했으며 가짜 여권을 이용, 직전 해외로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중국은행 뉴욕지점은 특정 무역업체와 짜고 거액을 편법 대출, 올 초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2천만달러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또 지난 2000년에는 푸젠(福建)성 및 닝보(寧波)지점 직원들이 각각 3천4백만달러, 8백40만달러의 금융사고를 일으키는 등 금융업계 모럴해저드 현상이 심하다. ◇영향=중국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증시 상장 일정에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은행은 올해 말을 목표로 뉴욕 홍콩 상하이(上海)등 3곳 증시 동시상장을 추진해 왔다. 금융 전문가들은 잇단 금융사고로 동시 상장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증시상장을 통해 4대 국유상업은행(건설 공상 농업 중국)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정부의 은행개혁 일정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중국은 상업은행 개혁의 첫 대상은행으로 중국은행을 선정, 개혁작업을 추진해 왔다. ◇정부대책=중국정부는 금융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은행감독 업무를 크게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그 방안의 하나로 인민은행(중앙은행)에서 은행감독 기능을 분리, 은감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와 함께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베이징(北京)의 한 금융전문가는 "이번 사건은 중국 금융계에 일반화되고 있는 직원 부정부패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이와 유사한 사건이 속속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