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본부에서는 OECD회원국외 중국 등 40여 세계 주요철강생산국 대표가 참석한 제3차 세계철강산업회의가 열렸다. 사흘간 계속된 이 회의 의제는 작년 12월 결정한 세계 철강생산량 감축에 대한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자는 것.그러나 최근 미국의 철강 제품 긴급수입제한(세이프 가드)조치 발표로 회의장은 완전히 김이 샌 분위기였다. 우리나라와 일본 대표는 미국의 수입 규제에 대해 강한 실망감을 표시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대표들도 "미국 때문에…"라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OECD가 세계 철강회의를 주재하게 된 것은 미국이 세이프 가드 실시라는 극한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자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철강산업계의 불만이 위험수위에 달하자 OECD는 주요 철강생산국이 참여하는 대규모 회의를 주도키로 했고,이에 따라 지난 2차 회의에서 참가국 대표들은 2005년까지 연간 철강생산량을 1억2천만? 감축한다는데 동의했다. 그런데 미국이 OECD 철강위원회 최종회의 결과도 기다리지 않고 최고 30%에 달하는 관세율 인상을 결정해버렸으니 회의 자체가 우스워진 것은 당연했다. 회의장을 나서는 한 대표는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나오니 같은 방법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EU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자체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는 태도다. 유럽 철강업계는 수출시장을 잃은 아시아와 러시아가 유럽으로 몰려들 것을 우려,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아르셀로르(Arcelor)의 기 돌레 사장은 르몽드와 가진 회견에서 '비유럽산 철강 수입품 쿼터제 실시'를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의 수입제한 조치 발표는 향후 철강 무역질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우선 4월로 예정된 제4차 OECD 고위급 철강회의 전망이 불투명하다. 자유무역주의를 부르짖던 미국이 오히려 보호무역주의를 조장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