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使 손잡고 달린다"..'노사평화 국민마라톤 D-20' 이색참가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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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을 내민다는 느낌으로 발을 내딛어야 합니다. 등과 뒷머리를 일직선으로 유지해야 무릎에 가는 충격을 덜 수 있죠. 시선은 50㎝ 앞을…"
지난 4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삼성석유화학 대회의실.
최성래 사장을 비롯한 본사 임직원 35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때아닌 '마라톤 강의'가 한창이었다.
강사는 이 회사 울산 공장에 근무하는 마라톤 마니아 윤회철 주임(33).
음료수와 간단한 간식 거리를 앞에 둔 참석자들 사이 곳곳에서 질문이 쏟아진다.
"러닝하이(Running High)란게 뭡니까" "마라톤 초보자가 가장 많이 입는 부상부위는요" "대회 당일에는 바나나만 먹으라는데요"….
삼성석유화학이 이날 예정된 월례 조회를 마라톤 강의로 갈음한 것은 바로 다음달 7일에 개최되는 '월드컵 성공적 개최와 노사평화를 위한 국민마라톤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것.
이번 대회에 이미 39명의 임직원이 참가 신청을 마쳤다.
직원들은 퇴근 후 팀별로 삼삼오오 짝을 이뤄 사내 체력단련실에서 '몸만들기'에 나서는 등 대회 참가를 20여일 앞두고 삼성석유화학 전 사내에 마라톤 열풍이 불고 있다.
사내 통신망에 '마라톤 교실'이란 제목의 방을 만들어놓고 사원들간의 마라톤 정보 교환의 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최 사장은 "마라톤 참가 직원들이 자신이 달린 거리만큼(1㎞당 1천원) 성금을 적립해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에 보태기로 했다"며 "노사화합의 기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의미있는 행사를 기획하는데 솔선수범해 주는 사원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과 노동부, 신노사문화중앙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마라톤대회 참가자는 6백50여개 업체 5천5백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김동회 노동부 노사협의과장은 "한국경제신문과 노동부가 10년 넘게 추진해온 신노사문화운동이 전국 개별사업장으로 폭넓게 확산되면서 노사화합을 다지려는 업체들의 신청이 줄을 이었다"고 밝혔다.
1백10명의 직원이 참가하는 인천 부평 소재의 자동차부품생산업체인 코리아정공은 3∼4년부터 노사가 마라톤을 통해 화합을 다져왔다.
10여명의 사원은 마라톤 풀코스 완주에 도전할만큼 베테랑급 마라토너 수준이다.
마라톤과 등산 등 각종 체육활동을 중심으로 IMF 이후의 경영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
한국전력 계열의 SI(시스템통합) 업체인 한전KDN은 노조측에서 먼저 마라톤대회 참가를 제안한 경우.
지난해 말 회사설립 10년만에 노조가 출범한 이 회사는 이번 마라톤 대회 참가를 계기로 노사화합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 나갈 계획이다.
정연동 사장은 "이번 대회를 이상적인 공기업 노사관계를 설립할 수 있는 디딤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