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경쟁력'을 높이자] (9) '같은 서비스라도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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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에서 본 운영 전략 ]
김연성 < 인하대 경영학부 교수 >
"구두는 주인에게 맡기고 들어가십시오. 맡기지 않은 구두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이런 문구를 떡 걸어 놓고 싼 가격으로 회를 파는 식당이 분당에 있었다.
손님이 많아 구두를 잃어버릴 경우가 생길 정도이니 장사 걱정은 할 필요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그러나 손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면 식사도중 구두를 분실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게 된다.
바로 이 점을 지적한 손님이 있었다.
그는 매우 성공적인 한식당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는 외식산업 전문가 오 사장이란 사람이었다.
오 사장은 당장 그 문구를 떼어 내고 그 대신 '구두 걱정하지 마시고 맛있게 식사하십시오. 구두 분실시 책임지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써서 붙이라고 조언했다.
손님들이 그 문구를 보면 식당에 대한 신뢰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 식당은 오 사장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나서 인근 가게까지 인수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물론 그 한마디 바꾼 것 때문에 장사가 잘 된 것은 아니겠지만 손님에게 신뢰감을 주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참으로 중요하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서비스가 다른 식당과 차별성을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특히 그렇다.
또 이런 식당도 있다.
간판에 자기 어머니 이름을 붙여 놓은 복어전문식당인데 겉으로 보기엔 특이한 것도 없어 보이지만 늘 손님이 북적거리는 곳이다.
그 곳을 드나들면서 성공의 요인을 파악하게 되었다.
다름 아닌 정성과 진심, 그리고 그것의 적절한 표현이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예를 들어 손님이 "여기 물 좀 주세요"라고 하면 주인은 "예,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물 한잔 올리겠습니다"라며 건네 준다.
또 "야채 좀 더 주세요"라고 하면 주인은 "예, 가장 신선한 야채만 골라 왔습니다"라며 손님의 기분을 좋게 한다.
그저 장난기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얼굴에는 정성과 진심이 서려 있다.
"여기 밥 좀 볶아 주세요"라고 하면 "열과 성을 다해 국내 최고 수준으로 맛있게 볶아 보겠습니다"라며 밥을 볶는다.
이게 소문이 나고 또 맛도 좋고 해서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다른 집보다 손님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 식당은 신선하고 맛있는 복요리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거기에 정성과 진심을 더해 파는 식당으로 자리잡았다.
유능한 매니저가 있어서 성공한 경우도 있다.
주문을 받고 음식 나르는 일을 하던 평범한 여직원이 어느 날부터 고객의 질문과 요구를 눈여겨보고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해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 식당의 주메뉴는 쇠고기.
고객이 "이 집은 뭐가 맛있어요?"라고 묻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그날 그날 주방장에게 오늘 어떤 고기가 맛있느냐고 미리 물어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또 어떻게 먹으면 맛있는지 고기 먹는 법도 나름대로 책을 보고 주방장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그 이후 "오늘 어떤 고기가 맛있어요?"라는 손님의 질문에 "오늘은요 제가 주방에 알아보니까 생등심이 제일 좋습니다"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그저 "다 맛있습니다"라고 얼버무리는 답에 익숙해 있던 손님들은 그런 여직원의 권유에서 색다른 만족을 느끼게 되었다.
또 고기는 이렇게 해서 먹으면 맛있다고 시범을 보여 주는 세심함과 구색이 다양하지 않은 과일이지만 소화에 도움이 되는 후식이라며 권하는 모습에 손님들은 편안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그 식당은 나날이 번창하게 됐고 식당 주인은 그 여직원을 매니저로 임명해 늘어나는 수입의 일정부분을 나눠 주었다.
그 결과 이 식당의 수입은 더 늘어났고 나머지 종업원들도 새 매니저의 도움을 받아 친절한 서비스를 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이들 세 식당은 모두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나름대로 독특한 마인드와 서비스를 손님들에게 제공해 성공한 케이스다.
질 좋고 값싼 회나 신선한 야채와 맛있는 복요리, 또 맛있는 쇠고기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것 외에 뭔가 손님의 마음을 끄는 것을 제공한 것이 성공의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맛이나 메뉴와 같은 것은 그저 최소요건(order qualifier)에 불과하고 뭔가 차별화된 것들이 우위요건(order winner)을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의 경쟁력을 논의하는데 있어서 최소요건을 굳이 강조할 필요는 없다.
최소요건도 갖추지 못하면 그 산업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무엇이 경쟁의 우위를 결정하는지 잘 알아야 하며 앞의 세 식당의 사례에서 보듯이 같은 서비스라도 다르게 전달하는 노하우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결국 서비스 경쟁력은 추락하고 이에 실망한 고객들은 다시 그 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