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컨설턴트로 일하는 파멜라 번스씨를 보면 요즘 미국 비즈니스맨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주로 전문직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어떤 옷을 입는 게 좋은지 자문해주고 직접 옷을 사다주기도 한다. 그가 요즘 무척 바빠졌다. 새로 일자리를 찾는 남성들의 복장 자문요청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평상복을 즐겨 입던 사람들이 최근들어 전통적이면서도 세련된 정장으로 바꿔 입고 있습니다. 감색 정장만을 찾던 80년대 주식 브로커들을 연상시킬 정도입니다" 구직자나,현재의 일자리를 지키고 싶은 직장인들이 좀 더 깔끔하고 프로다운 인상을 주기 위해 이처럼 정장 패션으로 복귀하고 있다고 번스씨는 진단한다. "자리 하나를 놓고 여러 사람이 경쟁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서로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구조조정을 앞둔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 누가 잘릴지 모를 때 직원들이 어떻게 하겠습니까. 옆사람보다 훨씬 말끔하게 보이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헤드헌팅업체인 콘페리 인터내셔널의 워싱턴 사무소에서 일하는 마이크 커크랜드씨의 진단도 비슷하다. "9·11테러 이후 남성 직장인들의 패션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들은 옷을 잘 입으면 상황이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마찬가지로 경기가 나빠지면 진바지를 내던지고 넥타이를 매고 나타납니다" 미국의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비즈니스-캐주얼'을 주문하고 있다. 정장과 평상복을 적절하게 골라 입으라는 뜻이다. 정장 입은 고객을 상대하는 직원들은 정장을,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평상복을 입어도 무방하는 얘기다. 2∼3년 전 닷컴기업이 번창할 때는 평상복 일색이었다. 그런데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지자 정장이 평상복을 급속히 대체해가고 있다. 인력을 새로 채용하는 기업이 차츰 늘어나고 있지만 예전보다 외모에모더 신경쓰는 직장인들의 '정장입기'붐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금융회사 리먼브러더스는 지난주부터 '완전한 정장'으로 규정을 바꿨다. 지금같은 분위기라면 제2,제3의 리먼브러더스가 나올 것 같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