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이 실시되면서 제약업계의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고가약을 앞세워 국내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의사의 처방을 필요로 하는 전문의약품을중심으로 하는 한미약품 일동제약 등도 약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의약품 비중이 높은 동화제약 일양약품 등은 큰타격을 받고있다. 의약분업으로 업체간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실시된지 1년반을 맞은 의약분업이 미친 파장을 분석해본다. ---------------------------------------------------------------------------- 한미약품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지난해 의약품 매출액은 2000년에 비해 35%나 늘었다. 순이익은 무려 62.3% 증가했다. 한미는 물질특허기간이 막 끝난 다국적 제약사의 의약품을 국산화한 '퍼스트 제네릭'으로 히트를 쳤다. 이는 보건당국이 건강보험재정 절감을 이유로 고가 외국약 처방을 억제하고 국산약을 장려한데 힘입은 것이다. 의약분업 실시이전부터 준비해온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의약분업으로 제약업체간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의약분업전에는 제약사의 매출액 가운데 전문약과 일반약 비율이 5대 5였다. 그러나 의약분업으로 전문약 비중이 급증했다. 대형병원은 물론 동네병원까지 고가 전문약을 중심으로 처방한데 따른 것이다. 전문약 수요증가로 가장 큰 혜택을 본 곳은 다국적 제약사. 다국적 제약사들은 지난해 40%이상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로슈가 95% 증가한 것을 비롯 한국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70%,한국MSD가 61% 각각 늘어났다. 이에 따라 의약분업전에 국내시장의 15%선에 머물렀던 다국적 제약사들의 점유율이 지난해에는 25%선으로 올랐다. 의약분업에 따른 반사이익을 가장 많이 챙긴 것이다. 대형 토종제약사 가운데는 전문약 비중이 큰 한미약품 일동제약 제일약품 등이 떠올랐다. 이들회사는 매출이 20% 이상 늘었다. 전문약비중이 전체의 70%선에 이르고 브랜드파워가 강한 일반약을 확보하고 있는 업체들도 의약분업의 혜택을 본 것이다. 그러나 일반약에 의존하거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전문약을 생산중인 회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동화약품 일양약품 종근당 영진약품 신동방메딕스 등은 의약분업후 일반약의 매출이 10~20%가량 줄어들었다. 전문약쪽에서도 매출이 정체했다. 대형업체 관계자는 "의약분업으로 개인의원의 처방약 시장이 이처럼 크게 늘어날 줄 몰랐다"며 "이러한 시장변화에 대비한 업체들이 순항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 매출규모가 1백억∼2백억원인 영세제약사들도 성장세를 타고있다. 의약분업으로 연쇄 도산하리라던 당초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이들 제약사는 브랜드파워가 떨어지는 약점을 각종 탈법행위 등으로 만회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분업전엔 대형제약사들이 대형및 중소병원을,영세제약사들은 중소 및 동네의원을 각각 텃밭으로 활용해 왔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모든 제약사가 한 시장을 놓고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