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1:25
수정2006.04.02 11:27
IT(정보기술) 벤처기업인 S사는 19일 외부감사 결과가 나오자 고민에 빠졌다.
최근 공식발표했던 지난해 경상이익이 감사결과 15억원 이상 깎였기 때문이다.
매출채권의 부실가능성에 대비,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한다는 게 감사인의 지적이었다.
회사측은 감사인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설득도 해봤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줄어든 실적을 공시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외부 감사결과 지난해 실적이 당초 발표보다 감소하는 코스닥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회계법인 등 외부감사인에 대한 책임이 강화되면서 감사가 크게 깐깐해진 때문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대손충당금을 늘리거나 미래의 비용을 앞당겨 상각하는 경우는 별 문제가 없으나 부실채권이나 투자기업에 대한 손실이 많을 때는 기업내용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엄격해진 감사=유진데이타는 지난해 경상이익을 12억원으로 잠정 결정했다가 최근 실적 변경공시를 내야 했다.
감사결과 생각하지 않았던 무형자산에 대한 일시상각과 연구개발비 비용 처리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코리아링크도 장기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이 18억원이나 새로 책정되면서 이익규모가 줄었다.
경우미르피아는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8억원 가까이 늘어나 공시를 새로 했다.
이 업체 관계자들은 "회계법인들이 예전같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던 리스크도 이번에는 실적에 반영하는 분위기였다"고 밝혔다.
안건회계법인의 김재열 전략기획팀장은 "기업의 문제점을 발견해내지 못하면 담당 회계사는 물론이고 회계법인도 소송을 당할 수 있어 가능한 한 모든 문제점을 밝혀낸다는 게 최근의 감사 추세"라고 전했다.
◇관계사 손실이 실적감소의 주범=감사결과 지난해 실적이 축소된 기업의 상당수는 관계사 및 투자기업에 대한 평가손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에스오케이는 당초 경상이익 적자를 7억원으로 예상했으나 투자유가증권의 평가손실이 반영되면서 적자폭이 59억원으로 급증했다.
청람디지탈은 자회사 지분법 평가손실이 늘어나면서 경상적자가 3억원에서 14억원으로 확대됐고 유진기업도 지분법 평가손실 때문에 이익폭이 줄었다.
당초 경상적자가 63억원으로 결정됐던 인성정보는 지분 5%를 투자한 타이거풀스가 전액자본잠식으로 판정나면서 25억원의 투자유가증권 손실을 추가로 털어냈다.
◇투자 유의점=대우증권 허성일 연구위원은 "회계기준을 보수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투자자 보호와 기업 투명성제고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감사결과 예상치 못한 손실이 갑자기 드러나는 기업은 신뢰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 일상적으로 털어내는 감가상각 부문을 미리 상각하는 것은 앞으로 실적을 고려할 때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지적이다.
주가는 회계결과에 따른 실적보다도 실질적으로 벌어들이는 매출과 이익에 더 민감하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