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홍보는 여성들이 장악하고 있다' 벤처기업은 대기업과 비교해 여성인력 비중이 높은 편이다. 고임금을 요구하는 '남성'을 고집할 필요도 없고 대기업과 비교해 업무 분위기도 자유롭기 때문. 특히 벤처기업에서 홍보분야는 '여성'이 절대적이다. 벤처홍보전(戰)은 '여성천하'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벤처기업 홍보실무책임자중 70~80%는 여성이라는게 벤처메카인 테헤란밸리의 통설이다. 게임업종 벤처기업에서 홍보담당자 모임인 '게임홍보인 포럼'의 경우 전체 회원 52명 가운데 40명이 여성이다. 보안솔루션 업체에서 일하는 홍보마케터들의 모임인 '에스마피아'도 80여명 회원 중 여성이 50명 이상 된다. 또 웹에이전시 홍보담당자들의 공식모임인 'WAP(웹에이전시 PR)'에서도 전체 회원 23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3명이 여자 회원이다. 생체인식업체 홍보관계자 모임인 '인지(人知)'는 30명의 홍보 담당자 가운데 20명이 여성이다. 벤처 홍보가 '여인천하'로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벤처기업의 홍보 우먼들은 우선 "여성특유의 부드러움과 섬세함이 홍보 업무와 궁합이 잘 맞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실적으로 홍보전에서 대(對) 언론 퍼블리시티(publicity)가 무척 중요한 임무로 여겨지고 있다. 까다롭다고 알려진 기자들을 '요리'해야 하기 때문에 언변이 뛰어나고 다정다감한 여성이 남성과 비교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게 여성 홍보팀장들의 주장이다. 게임홍보인 포럼 회원인 서민정 NHN 대리는 "이른바 소주잔홍보가 서서히 퇴조하면서 남성이 홍보를 맡는 관행도 옛날 얘기가 됐다"고 전했다. 그는 "여러 벤처 비리로 벤처업계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상황에서 깨끗한 이미지가 호소력을 갖게 된 뒤 기존 홍보 관행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벤처라는 텃밭 자체가 여성 홍보인이 커 나갈 수 있는 특성을 가졌다고 설명하는 이들도 있다. 홍보 담당자는 회사 내 업무 흐름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야 한다. 대체로 업력이 짧은 벤처기업의 경우 조직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회사 사정을 정확히 알려면 CEO와 수시로 소통하고 정보를 체크해야 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LG상사 홍보팀 경력이 있는 탁수정 에스넷시스템 홍보과장은 "틈틈이 이메일로 CEO와 정보를 교환한다"며 "대기업에선 CEO와 1 대 1로 이메일을 주고 받는건 보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벤처 CEO들 입장에서도 경력이 화려한 고임금 전문 홍보맨(남성)보다는 '세심한 여성'들을 선호하고 있다. 이렇게 벤처 홍보 세계를 점령한 여성 파워가 앞으로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진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