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 프리미엄 시대] 먹거리 명품族 '입맛을 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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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제과는 지난해 말 '자연愛'라는 비스킷을 내놓았다.
자연애는 유기농으로 재배한 호주산 밀과 생 우유를 주 원료로 품질과 맛을 크게 높인 '프리미엄' 제품.
일반 밀가루와 가공우유를 넣는 기존 보통 비스킷과는 원료부터 다르다.
당연히 값도 비싸다.
기존 레귤러급 비스킷(봉지당 1천원~1천2백원)의 2배에 달하는 2천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판매는 출시 첫 달인 지난 11월 10억원에서 올 2월에는 18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3월에는 20억원대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해태제과는 보고 있다.
롯데제과의 고기능성(충치 예방 등) 자일리톨껌은 지난해 제과 사상 단일품목으로서는 처음으로 매출 1천억원대를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5천원대의 통제품이 주류인 자일리톨껌은 '껌=싸다'는 '껌값'의 이미지를 확 바꿔 놓았다.
롯데는 손상된 치아를 복구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2세대 제품'을 앞세워 올해는 자일리톨껌 매출을 1천8백억원선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국내 식음료 시장에 '프리미엄' 바람이 거세다.
고가의 고기능성 제품이 일반제품보다 더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
껌 뿐만이 아니다.
발효유 시장에도 고급화 바람은 강하게 불고 있다.
발효유 시장에서는 식품보다도 앞서 프리미엄 시대가 열렸다.
한국야쿠르트의 '윌'과 제일제당의 '쁘띠첼'이 이 흐름을 주도했다.
한국야쿠르트가 2000년 9월 선보인 '윌'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위암의 원인균중 하나)를 억제시켜 주는 기능성 제품.
개당 1천원으로 기존 제품보다 훨씬 비싸지만 없어서 못팔 정도로 대히트하며 발효유 시장을 완전히 재편시켰다.
후발 업체들이 유사 제품으로 '윌' 따라잡기에 나서 유가공 제품 시장에서는 이제 고기능성 프리미엄급 제품이 레귤러 제품으로 인식될 정도다.
한국야쿠르트는 윌을 지난해 하루 60만개씩 판매한데 이어 올해에는 70만개를 목표로 잡고 있다.
제일제당은 2000년말 쁘띠첼이라는 생과일 젤리 제품으로 고급 디저트 시장을 새로이 개척했다.
프리미엄 컨셉트의 8백원짜리 고가 제품인 쁘띠첼은 현재 월 40억원대 판매를 기록하며 레귤러급의 떠먹는 요구르트 시장을 급속 잠식하고 있다.
식음료 제품의 프리미엄 바람은 기존 시장의 포화에 따른 관련 업체들의 돌파구 찾기와 소비의 고급화 추세를 배경으로 한다.
국내 식음료 시장은 성숙 단계를 지나 부분적으로 역신장 국면으로까지 접어든 상태다.
실례로 라면(용기면) 시장은 지난해 신장하기는 커녕 현상 유지도 못해 0.7% 줄어들었다.
다른 식품들도 성장률이 대부분 연간 3~5%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도 물량이 늘어나서라기보다는 포장단위 조정 등 편법적 가격 인상에 따른 억지 신장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식음료 업체들은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기능성 고품질의 고가 제품으로 매출을 늘리는 길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보고 있다.
점차 확대되고 있는 외국산 식음료의 국내 상륙에 맞서기 위해서도 프리미엄 제품 개발을 통한 질적 성장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는 것.
롯데는 올해 매출 확대 방안의 하나로 프리미엄 제과의 판매를 지난해보다 25~30% 신장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해태는 비스킷으로 시작한 프리미엄화 전략을 하몬스 모카 케익으로 늘린데 이어 올해는 파이류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은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지 않더라도 일정한 수요를 보장하는 고객층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시장 안정화 상품"이라며 "앞으로 이 분야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비의 고급화와 식문화의 변화도 프리미엄 제품 개발을 가속화하는 요인의 하나.
식음료 업체 관계자들은 "내 아이는 달라. 먹는 것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먹거리 명품족'의 증가가 결정적 배경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싼 가격을 치르더라도 품질이 높고 아이들의 건강을 돕는 제품을 선택하는 주부들의 소비 경향이 식품의 프리미엄화를 재촉하고 있어 프리미엄 바람은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윤진식 기자 jsyoon@hankyung.com